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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나영의 몰(mall)상식 육아]"백화점 간다…어디서도 못 보던 동화책 읽어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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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대백화점 판교점 현대어린이책미술관 편
[심나영의 몰(mall)상식 육아]"백화점 간다…어디서도 못 보던 동화책 읽어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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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부럽지 않은 전경…반원형 책장엔 5000권 서적 빼곡해
독특한 방식으로 분류해 책 고르는 재미 쏠쏠
다른 도서관·서점에서 볼 수 없던 보석 같은 동화책 가득
감상평 글·그림으로 남기는 공간도…가족 고객 유치로 백화점 매출 두자릿수 신장
▲도서관을 찾은 부모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심한 도서 분류 방식이 이곳의 특징이다.

▲도서관을 찾은 부모와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심한 도서 분류 방식이 이곳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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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가끔씩 스스로 모성애를 의심할 때가 있다. 퇴근한 후 안방에 숨어 책을 읽을 때다. 요즘엔 600쪽이 넘는 경제학책에 도전하고 있다. 연필로 밑줄 쫙쫙 그어가며 읽고 있으면 어느 새 딸 아이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엄마 심심해요"라며 입을 삐죽 내민다. 얼굴엔 '당장 나랑 놀아줘, 안 그럼 운다?'라고 써 있다. 그런 아이를 앞에 두고도 내 시간이 아까워 당장 책을 덮지 못하는 나는 '너 엄마 맞냐'며 자문한다.

다섯살 난 딸은 요즘 글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꿋꿋하게 책을 보고 있는 내 옆에 앉아 자신의 이름 세 글자에 연필로 동그라미를 치곤 한다. 책에 남겨진 동그라미 향연의 흔적을 지우개로 빡빡 문질러 없앤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젠 엄마 책엔 관심 끄고 네 책을 보자. 매일 새 책을 구해줄 순 없으니 이번 주말엔 도서관에 가는 게 좋겠다. 아빠 반바지도 사야 해서 백화점도 들러야 하는데. 두 군데를 돌려면 일정이 빡빡하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언젠가 들었던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머릿속에 스쳤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백화점 건물 5층에 내리자마자 통유리 너머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정원과 회전목마가 한눈에 들어왔다.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부럽지 않을 풍경이었다. 우리가 지난 주말 방문했을 땐 아쉽게도 미술 전시는 없었다. 대신 도서관을 찬찬히 둘러보기로 했다. 오후 5시가 넘었지만 입구엔 아이 손을 잡고 입장을 기다리는 부모들이 줄을 서 있었다. 유모차에 탄 갓난쟁이부터 엄마만큼 키가 자란 초등학생 언니들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남편과 딸이 도서관 계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소리가 허용되는 공간'이라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직접 읽어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남편과 딸이 도서관 계단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소리가 허용되는 공간'이라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직접 읽어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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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권의 책이 빼곡히 정리된 반원형 모양의 책장이 둘러싼 공간 안엔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의 분류 방식. '춤추는 이야기' '울퉁불퉁 이야기' '다름에 관한 이야기' ' 땅에서 일어난 이야기' '하늘에서 일어난 이야기' 등등 각 칸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분류한 이름표들이 걸려있었다. 우리 딸이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수준이었다면 같이 책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아빠 생각'이라는 그림책을 골라 딸아이와 계단에 자리를 잡았다. 소리 내서 읽어 줄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장점이다. 책을 펼치니 이 도서관이 가진 매력이 더 와 닿았다. 아빠가 식사를 만들어주지 않은 지 오래됐고, 학교에 데리러 오지 않은 지 몇 주 됐다. 그림을 그려 가면 아빠는 '녀석 많이 컸네'라며 토닥여주기만 할 뿐. 급기야 교도소 담장 밖으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림과 함께 '말은 못했지만 아빠가 폭삭 늙어버렸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색연필을 손에 쥔 딸이 감상평으로 '알아볼 수 없는' 아빠 얼굴을 그렸다. 주변의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도 진지하게  감상평을 쓰고 있었다.

▲색연필을 손에 쥔 딸이 감상평으로 '알아볼 수 없는' 아빠 얼굴을 그렸다. 주변의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도 진지하게 감상평을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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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야?" 뜨악한 나와 남편은 프랑스 작가가 쓴 책 소개를 읽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강탱의 이야기는 지구상 어떤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세상의 어떤 아이도 아빠와 멀리 떨어지고 싶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나라에선 금기시될 만한 '감옥에 간 아빠'라는 주제를 이렇게 따뜻하게 풀어낼 수도 있구나. 딸 아이가 이 내용을 어렴풋이라도 이해할 정도의 나이가 되면 다시 한번 읽어주고 싶은 동화책이었다. 이곳엔 다른 곳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보석 같은 책들이 가득했다. 도서관 한 쪽엔 아이들이 감상평을 그림과 글로 남길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현대백화점이 '어린이책미술관'에 공을 들인 건 문화 콘텐츠를 앞세워 가족 단위 고객들을 모으기 위해서다. 명소로 소문나 판교뿐 아니라 경기도 원정 고객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덕분에 판교점 매출은 현대백화점 15개 전 점포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단점은 너무 넓다는 것. '없는 브랜드가 없을' 정도라 매장마다 둘러볼 엄두가 나지 않아 남편 반바지는 SPA브랜드에 가서 후딱 구입했다. 이곳에 오면 꼭 먹어야 한다는 이탈리아 아이스크림 밴키 젤라또를 손에 든 채로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돌아오는 길 내내 우리 부부의 대화 주제는 '판교로 이사 가는 방법'이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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