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연두교서에서 중국을 경쟁자로 규정한 데 대해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우리는 불량 정권과 테러 그룹, 우리의 이익과 경제, 가치에 도전하는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에 직면해 있다"며 방어 차원의 핵무기 현대화 및 재구축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중국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미국 우선주의'가 여전하고 중국을 경쟁자로 인식한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이익에 도전하는 경쟁자로 규정했다"면서 1시간 20분짜리 연설에서 중국을 단 한 번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인 해외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라이벌'로 규정했다"면서"중국은 앞으로 중·미 간 마찰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중앙(CC)TV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금 개혁과 일자리 창출 등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면서 교통 인프라 건설을 위해 1조500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 예산을 의회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CCTV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설을 통해 집권 1년 동안의 정치 성과를 보여주고 올해 원만한 국정 운영을 위한 기조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아울러 향후 선거를 대비한 포석 차원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중국에 대해 도발적인 내용을 담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카터센터의 중국 프로그램 연구원인 류야웨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불량 정권, 테러 단체 등과 함께 언급한 점을 지적하면서 "중국을 미국의 경쟁자라고 부르고 특히 중국을 사악한 정권과 테러 그룹과 똑같이 취급한 것은 놀랍고 도발적"이라고 말했다.
쑨청하오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도 "미국이 신국가안보 전략과 국방 전략에 이어 국정 연설에서도 중·미 관계를 경쟁 관계로 규정했다"면서 "특히 중국이 이익, 경제, 가치관 등 전방위에 걸쳐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런 태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년 동안 형성된 대중 정책의 기본 골격이 '경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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