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개발원 영상 분석·운동 역학 프로그램
이상화, 출발 자세 등 고속 촬영 교정 0.2초 앞당겨
봅슬레이도 선수 유전자 분석·훈련강도 등 조절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빙상 팬이라면 다음 달 18일 오후 8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울릴 총성을 고대해야 한다. 빙속(氷速) 여자 단거리 스타 이상화(29·스포츠토토)가 동계올림픽 500m에서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이 레이스를 위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4년 동안 땀과 눈물을 흘렸다. 재능과 노력으로 세계 정상에서 경쟁한 그를 위해 스포츠과학이 힘을 실었다.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제공하는 스포츠 영상분석과 운동역학 프로그램이 이상화의 부족한 2%를 채웠다. 가장 공들인 부분이 스타트다. 37초 안팎에서 승부가 갈리는 빙속 여자 500m에서 출발부터 100m까지 구간 기록이 매우 중요하다. 송주호 한국스포츠개발원 책임연구위원은 "이상화가 출발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금메달 경쟁을) 해 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이상화, 출발 자세 교정 후 0.2초 앞당겨…고속 카메라 5대 동원= 스타트는 출발 신호에 반응하는 동작이 조금만 흔들려도 기록에 손해를 볼 수 있다. 얼음을 박차고 뛰어나가면서 가속도를 높이기까지 모든 움직임의 균형이 중요하다. 훈련에서 이 장면을 육안으로 관찰하기가 어렵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은 이를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줬다. 경기장 출발선 부근에 초당 120장을 촬영하는 고속카메라 5대를 설치한 뒤 여기서 찍은 장면을 편집하고 수치화해서 '클라우드매니지드서비스(CMS)' 저장소에 데이터로 보관한다. 3D 입체기술로도 이 동작을 변환한다. 곡선주로(총 4대)와 '패닝(동체의 속도나 진행방향에 맞춰서 카메라를 이동시키면서 촬영하는 기법)'을 위한 카메라까지 스피드스케이팅 동작을 분석하는 데만 카메라 10대를 동원한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여기서 나온 자료를 토대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자세를 교정한다. 송 연구위원은 "단거리에서는 선수의 신체 특성에 맞춰 무릎과 엉덩이, 발목 순서로 관절이 최대 각도를 이뤄야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다. 순서가 바뀌거나 좌우 균형이 맞지 않으면 불필요한 동작이 나오고, 몸이 한 쪽으로 쏠린다. 이런 문제들은 영상 분석을 통해서만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봅슬레이도 데이터 분석으로 0.0001초 승부수= 동계올림픽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하는 썰매 종목도 스포츠과학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0.0001초를 다투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서도 선수들의 출발 동작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과 영상 자료를 활용했다. 민석기 선임연구위원은 "선수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선천적인 근육의 성질을 파악하고, 훈련강도와 횟수를 조절했다"고 말했다. 봅슬레이는 2인승과 4인승에 출전할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 썰매를 미는 구간별 속도를 측정하고, 모두 12개 조합을 비교해 가장 효과적인 파트너를 결정했다. 2인승에 나가는 원윤종(32·강원도청)·서영우(27·경기도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가 이 과정을 통해 팀을 꾸렸다. 경사면을 내려가며 공중 돌기 등을 연기하는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의 최재우(24·한국체대)도 영상 분석을 통해 자세와 기술을 향상시킨다.
박종철 선임연구위원은 "스포츠과학에 반영하는 영상에는 수치화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있고, 문제에 대한 해답도 그 안에 있다는 것이 우리의 신념"이라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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