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의 기억을 담은 달력 제작·배포하는 네 청년
“기억하자는 것, ‘쓴 기억’을 잊지 말고, 그래서 그 같은 과거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쓴기억’팀의 막내 장재희씨(26·여)는 22일 “‘이명박근혜’통치 아래 ‘자기 앞길 걱정 반, 나라 걱정 반’하며 청춘을 보내온 젊은이로서 사람들이 이 달력을 넘기면서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뒷걸음질 쳤는지를 되새기며 자극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십년이명 충분혜(십년이면 충분해)’라는 달력 이름에서부터 그 같은 뜻이 담겨 있다.
‘십년 달력’에는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들이 빠지지 않고 날짜별로 기록돼 있다.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용산 참사, 노무현 대통령 서거,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세월호, 사드 배치 반대, 백남기 농민의 사망, 그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처음엔 하루에 한 개 정도씩 있지 않았을까 하고 시작했는데, 사건이 엄청 많더라고요. 100년 같은 10년이랄까요. 그러다 보니 달력이 커지고 길어졌죠.”
네 사람이 만든 달력은 10년간의 한국사회 연대표이자 10년간의 ‘청춘 연대표’이다.
“달력을 만들면서 특별히 나와 비슷한 나이를 가진 친구들의 죽음이 마음 한구석에 선명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등록금을 마련하다 사고를 당한 황승원, 경쟁에 지쳐 삶을 버린 카이스트 학생들, 용광로로 떨어져 쇳물이 된 또래 친구, 그리고 세상이 구하지 못한 숱한 자살들, 살아 있었다면 어떤 서른 살이 되어 있을까, 광화문 거리에 있진 않았을까, 그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죠.”
이 달력은 그러니까 수없이 스러져간 동료 청춘들에 바치는 만가(輓歌)이고 헌화이자 그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비망록(備忘錄)이기도 한 것이다.
이들은 “기억하는 것은 곧 희망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왜 기억하고 잊지 않으려 하느냐구요? 희망을 놓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아온 쓰디쓴 10년 세월, 그 10년을 하루하루 되새기는 게 곧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네 청춘의 ‘미래를 위한 기억’의 선언이다.
이명재 편집위원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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