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가치가 같아지는 이른바 '유로-달러 패리티(Parity·등가)' 시대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달러보다 비싼 통화였던 유로 가치가 달러와 같아진다는 의미로 그만큼 긴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과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있는 유럽간 통화정책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1999년 유로화가 출범한 이후 2000년대 초반을 제외하고는 1유로는 줄곧 1달러를 웃돌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지난 2008년에는 1유로를 주면 1.57달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경기회복을 위해 돈을 풀던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 금리인상 등 긴축으로 선회하면서 달러 가치가 뛰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그 속도가 더 빨라졌다. 올 초만 해도 1.13달러 수준이었던 유로·달러 환율은 미 대선 이후 1.1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15일에는 1유로가 1.05달러 지지선을 깨고 1.04달러까지 내려갔다. 지난 2003년 이후 최저치다.
도이체방크의 짐 레이드 애널리스트는 "이번 FOMC의 성명과 기자회견에는 예상보다 더 강경한 발언들이 많았다"라면서 "과거 6번의 FOMC에서는 회의 이후 국채 금리가 하락했고 달러 대비 유로 가치가 상승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에 국채 금리가 더 오르고 달러 상승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로-달러 패리티 시대를 내년으로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줄을 죄고 있는 미국과 돈을 계속 풀고 있는 유럽간 통화정책 방향성 차이 때문이다. 양적완화를 종료한 미국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하면서 긴축 싸이클에 접어들었지만 ECB는 내년 3월로 예정됐던 양적완화 종료 시점을 12월로 미뤘다. ECB가 매월 매입하는 국채 규모가 줄어들긴 하지만 꾸준한 돈풀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양 중앙은행의 이같은 정책 차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요한 자금조달 통화인 달러와 유로의 운명을 갈라놓을 수밖에 없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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