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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올림픽③]심야의 테이블, '글로벌 식객'들 촉수가 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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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인의 셰프들, '전시 부문 출품 요리'격론 … 맛과 빛깔, 접시 여백과 높이까지 챙기는 '디테일 감식안'

독일요리올림픽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문환식,최보식,전상경,조우현,김동기,유건희 셰프

독일요리올림픽 국가대표팀. 왼쪽부터 문환식,최보식,전상경,조우현,김동기,유건희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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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지난 목요일 강남 삼성동, 자정이 되자 상점들은 하나 둘씩 문을 닫았지만 국가대표팀 감독 조우현(54)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엔 여전히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이 날은 요리올림픽 전시부문에 관한 대표팀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각자 일을 마치고 퇴근한 국가대표팀 셰프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광주에서 올라온 문환식(36)셰프를 마지막으로 6명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셰프들은 분주하게 테이블 세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농담을 건네면서 안부를 묻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셰프들의 표정이 이내 진지하게 변했다. 준비해온 각자 전공 분야의 요리를 진열하고 나자 레스토랑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사진=열띤 토론 중인 셰프들의 모습.

사진=열띤 토론 중인 셰프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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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셰프들이 순서대로 요리를 놓고 삥 둘러 모였다. 이날 회의엔 전시 5코스 요리(에피타이저-수프-미들-메인-디저트, 이 중 디저트는 빠졌다),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을 위한 요리, 핑거푸드(파티 등에서 손으로 집어먹는 음식)가 준비됐다.

"그릇 크기는 어떤 것 같아? 색은? 다들 가만히 있지 말고 한 마디씩 의견을 내봐" 조 셰프가 가장 먼저 운을 뗐다. 기자의 눈엔 다 똑같은 흰 접시로 보였지만 접시모양, 여백의 크기까지 챙겨야한단다. 유럽인 심사위원의 취향을 간파하는 것이 '미션'이다. 그릇의 모양이 특이하면 재밌지만, 접시를 집을 때 불편해선 안된다.
사진=랍스터를 이용한 에피타이저 요리.

사진=랍스터를 이용한 에피타이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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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타이저의 주재료는 랍스터였다. 여기에 꼬막,마늘종,함초 등이 들어갔다. 새우젓으로 장식해 놓은 플레이팅이 눈에 띄었다. 엄숙한 표정으로 회의를 하던 최보식(49) 국가대표팀 팀장은 새우젓 데코레이션을 설명할 때는 해맑게 미소 지었다. 2마리는 부모고 2마리는 아들들이란다.

사진=두번 째 코스인 상황버섯을 이용한 수프.

사진=두번 째 코스인 상황버섯을 이용한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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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는 상황버섯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두부,백목이버섯,보릿살을 넣고 콘소메(맑은 고깃국물로 된 수프의 일종)로 만들었다.

사진=메추리를 이용한 미들요리.

사진=메추리를 이용한 미들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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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들요리는 메추리다리찜이다. 고기에 불고기 양념을 하고 사과와 파프리카로 장식과 맛의 효과를 동시에 냈다. 이날 셰프들은 미들요리의 가니쉬(음식의 외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음식에 곁들이는 것)를 가지고 한참을 입씨름했다. 일렬로 배열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워보인다는 이유였다.

사진=양고기를 이용한 메인요리.

사진=양고기를 이용한 메인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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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메인요리는 양고기 텐더. 양의 뒷다리 발목 부위를 압력솥에 넣고 요리한 뒤, 감자를 곁들였다.

조 셰프는 "5코스 요리에는 재료와 요리법이 중복되는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안 된다. 디자인과 색감각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셰프들은 아트 심사 점수를 위해 타피오카 색감까지 세세한 것 하나하나를 모두 챙기고 논의했다.

사진=핑거푸드 배열을 놓고 고민 중인 모습.

사진=핑거푸드 배열을 놓고 고민 중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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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푸드에 다다르자 셰프들의 논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김동기(32)셰프가 준비한 핑거푸드는 깜찍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앙증맞은 접시 안에 돼지고기,관자,단호박,성게 등을 넣은 요리를 담았다. 제일 오른쪽엔 에그베네딕트 축소판이 장식했는데, 후렌치 후라이까지 디테일을 깨알같이 표현해냈다.

문제는 핑거푸드 접시들의 배치였다. 핑거푸드는 큰 접시위에 미니접시들이 올려져있는데, 이 배열들이 셰프들 눈에 투박해보였던 것. 한참을 논의 끝에 그릇에 높낮이를 주는 것으로 밋밋함을 없앴다.

어느새 늦은 새벽시간이 됐지만 6명의 국가대표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회의를 이어갔다.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였다. 이들은 학교에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수고, 이미 한국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셰프들이었지만 처음 배우는 학생마냥 사진을 찍고, 수첩에 기록했다.

조 셰프는 "요리에 대한 열정이 없으면 이렇게까지 할 것 같진 않다. 퇴근하고 연습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여기있는 선수들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인정받는 수준급의 셰프들이다. 그래도 요리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배우는 게 많다. 또 큰 국제대회에서 여러 나라의 셰프들을 만나면서 깨닫는 점도 있다. 지금은 열악한 상황이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고, 요리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국제대회에서 자리를 닦아놓는다는 의미를 두고 열심히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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