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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흐흐'와 함께 하룻밤… 으시시, 2030 흉가캠핑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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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삐거덕 문소리 '심장쫄깃'… 이보다 더 쿨한 바캉스는 없다

동호회 회원들이 대전의 한 흉가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호회 회원들이 대전의 한 흉가를 방문하고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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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어둠이 내린 저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폐허가 된 집. 삐거덕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깨진 유리창 잔해들이 곳곳에 널려있고 벽지가 뜯겨져 있다. 왠지 몸이 움츠러들고 손에 땀이 찬다. 모서리를 돌자 갑자기 온 몸에 소름이 쫘악. '귀신은 구석을 좋아한다던데…'

매년 여름이 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포시리즈, 귀신이야기. 갑자기 등골이 싸늘해지는 느낌은 정말 무더위를 날려주는 것일까. 공포물 단골 소재인 흉가체험은 2016년에도 여전히 성행 중이다.
◆올 여름휴가는 '흉가캠핑'=지난 20일 2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 하고 있는 '흉가체험' 온라인커뮤니티는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 대규모 공포체험 공지를 올렸다. 1박 2일 동안 경북 포항의 한 흉가를 방문해 휴양도 즐기고, 공포체험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포영화를 즐겨보던 직장인 강모(34)씨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 흉가체험을 시작했다. 2010년 제천 늘봄가든부터 지난달 포항 폐온천까지 흉가로 유명한 전국 구석구석을 방문했다. 강씨는 흉가 체험에 대해 "공짜캠핑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라며 "흉가체험을 하면 내가 살아있음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흉가 체험 동호회 회원들이 촬영한 내부 모습.

흉가 체험 동호회 회원들이 촬영한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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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체험은 연령대가 다양하지만 20대·30대가 가장 많은 편이라고 한다. 강씨는 흉가체험을 하러오는 오는 사람은 20대가 가장 많고, 남성이 70%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직접가진 못해도 생생하게 흉가를 느낄 수도 있다. 아프리카tv 흉가체험을 하는 방송, 이른바 '흉방'은 여름시즌을 맞아 인기절정이다. 흉가를 검색하면 800여건이 넘는 관련 동영상이 나오고, 수 십명의 BJ들이 흉가체험 관련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흉가방송을 전문으로 하는 BJ 오동지씨는 "흉가체험은 마니아층이 있다. 여름휴가 시즌이라 시청자가 더 늘었다"며 "시청자들을 위해 위험한 곳까지 직접 찾아간다. 흉가에 가도 겁 먹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게 내 방송의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BJ 윤시원씨는 흉가 방송을 한 이후에 더욱 인기를 얻었다. 윤씨는 "여름이라 흉가체험 방송이 반응이 좋다"며 "20대는 직접 흉가체험을 많이 하고, 아프리카방송을 통해 흉가체험을 하는 사람들은 더 나이가 있다. 3~40대도 많다"며 "아무래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아니까 방송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싹한 공포 뒤에 오는 '쾌감'=8년 째 흉가를 찾고 있다는 강씨는 "유명한 곳엔 하루에 서너팀이상씩 온다"며 "흉가를 방문했을 때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다. 이런 느낌에 빠져서 흉가를 계속 찾아다니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24)씨는 흉가방송 애청자다. 정씨는 "밤에 불을 끄고 방송을 본다"며 "실시간 중계는 직접 체험하는 느낌이 들어서 더 짜릿하다. 무섭긴 하지만 뭐가 나올까 호기심에 계속 보게 된다. 긴장되는 그 순간의 느낌이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림=오성수

그림=오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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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흉가체험을 하는 것은 일종의 쾌락추구라고 할 수 있다. 번지점프, 롤러코스터, 공포영화 등 사람들의 공포를 유발시키는 것은 사람들이 피할 법도 한데 즐긴다. 이런 것들이 끝에 가면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라며 "여름철 납량특집을 통해 더위를 잊는다고 하는 것은 쾌감이라는 다른 감정을 얻고, 색다른 경험을 하면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긴장하게 되면서 몸이 추워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 교수는 "과거에는 특이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이다'라는 안 좋은 시선도 있었지만, 이제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회가 됐다"라며 "남의 이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여건이 됐으니 쾌감을 추구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귀신보다 더 무서운 건…' 안전성 문제도= 흉가체험으로 무더위를 날리는 것도 좋지만 안전문제에 유의해야 한다.

흉가체험 후기를 블로그에 올리는 직장인 박모(28)씨는 "흉가체험은 기본적으로 안전하지가 않다. 깨진유리도 많고 붕괴위험도 있다"며 "낮에 체험을 하거나, 밤에 갈 경우엔 사전답사를 가서 안전한 길을 확보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포항의 한 흉가에 깨진 유리창 잔해들이 흩어져있다. 사진제공=playground spirit

포항의 한 흉가에 깨진 유리창 잔해들이 흩어져있다. 사진제공=playground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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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했다간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한국 3대 흉가로 손꼽히는 곤지암 정신병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곤지암 병원은 미국 CNN이 '세계에서 가장 소름 돋는 7곳'에 선정해 화제가 되면서 흉가체험을 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 때문에 주변 주민들이 소음으로 피해를 입어야 했다.

당시 곤지암 병원은 폐건물에 불과해 흉가체험자들이 무단침입을 하더라도 경범죄처벌법에 의한 훈방조치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 건물주가 돌아와 건물을 찾으면서 주거침입죄로 처벌 할 수 있게 됐다.

경찰관계자는 "폐가나 공가로 보이더라도 집주인이 있고 관리되는 건물이라면 무단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다"며 "대부분의 폐가들은 관리가 안돼 붕괴 등 안전문제에 취약하고 범죄자들의 도피장소로도 이용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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