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거들 뿐, 링고 스타 선두에 서다
열여섯 번째 앨범 「와이 낫(Y Not)」에도 친구들의 도움은 계속되고 있다. 조 월시(Joe Walsh), 데이브 스튜어트(Dave Stewart), 글렌 발라드(Glen Ballard), 리차드 막스(Richard Marx) 등이 참여한 가운데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이름도 보인다. 그렇지만 이전과 달리 일흔 살이 된 링고는 앞장서서 자신의 앨범을 만들었다. 처음으로 단독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모든 곡의 작곡에 관여했고 보컬은 물론 드럼,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까지 연주했다. 십시일반 도움은 받았지만 이 앨범에서 친구들은 어디까지나 거들 뿐이다.
링고 본연의 목소리에 곡을 잘 다듬어낸 점도 훌륭하다. 스스로 음역이 “모기 만하다”며 한탄했지만 그의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는 모든 곡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 ‘후즈 유어 대디(Who's Your Daddy)’에서 듀엣으로 노래한 조시 스톤(Joss Stone)이 링고보다 압도적인 노래 실력을 뽐냈다는 게 옥에 티랄까. 일흔에도 젊은 시절과 목소리가 크게 다르지 않은 점도 놀랍다. 낙천적인 그의 성격처럼 가사들도 희망차다. 군사정권 시절 수입되었어도 금지곡이 되었을 노래는 하나도 없다. “지난날은 잊어 버려요. 오늘이 당신 인생의 최고의 날이죠(Forget about yesterday, This is the best day of your life)”라고 노래하는 ‘타임(Time)’은 모든 인생의 응원가다.
노년에도 식지 않은 열정과 노련해진 기량이 채운 이 앨범은 전설의 말년을 장식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물론 링고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팬들에게 이 앨범이 비틀즈의 추억에서 자유롭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 「Y Not」은 그 자체로도 즐길만한 현재 진행형의 로큰롤 앨범이다. 열여섯 번 만에 링고 자신의 기량을 앞세운 이 앨범이 팬들에게 그저 ‘팝의 전설께서 아직도 잘 지내고 계시다’는 소식 정도로 그친다면 안타까울 듯하다.
■ '서덕의 디스코피아'는 … 음반(Disc)을 통해 음악을 즐기는 독자를 위해 '잘 알려진 아티스트의 덜 알려진 명반'이나 '잘 알려진 명반의 덜 알려진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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