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조선시대 새해를 맞아 왕과 관리들이 주고받았던 그림을 '세화'라고 한다면, 중국에선 오랜 옛날부터 음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날이 되는 섣달 그믐날 이런 그림을 나누며 일년내내 집에 붙여뒀는데 이를 '년화'라 한다. 주로 판화가 많은 중국 년화는 중국문화를 이미지화해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이자, 중국과 동양 문화를 이해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텍스트다. 중국년화의 발전은 한국, 일본, 타이완, 베트남에의 민화와 우키요에, 동호 판화등에 영향을 미쳤다. 청나라 때부터 국제적으로 수집돼 대영박물관을 비롯, 러시아, 일본, 한국 등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이 2000여점을 가지고 있다.
오는 27일부터 8월 21일까지 강원도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서 '동양문화 뿌리-중국 년화 소장품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문화재청 생생문화사업인 '제7회 원주 세계고판화문화제' 일환으로 마련됐다. 박물관 소장 2000여점 중 100여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 작품 중에는 기독교 연화 판화인 '연옥도'를 비롯, 불교연화판화인 '서방극락세계도', 소주판화인 '서상기', '어락도' 판화 등이 있다. 한 관장은 "소개될 작품들은 20여년 이상 꾸준히 동양 고판화를 연구하고 수집한 고판화박물관 그동안 노력의 결실이자, 세계 판화사에 기록될 중요한 발굴성과"라고 자부했다.
기독교 중국 년화판화 연옥도인 '연령잠고(煉靈暫苦)'는 사람이 죽으면 곧 바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연옥에서 죄를 닦아 천국에 간다는 천주교의 연옥사상을 판화로 표현한 대형 작품(130× 66 ㎝)이다. 특히 연옥 중생들이 예수님의 보혈을 받는 장면, 사제와 성도들의 모습에선 청나라 변발과 복장을 볼 수 있다. 중세에 유행했던 서양의 연옥도를 중국화시켜 중국 백성들이 사랑한 연화판화로 제작한 것은 천주교가 중국 민중 속으로 뿌리내리고자 부단히 노력했음을 보여준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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