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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③]채식주의자 수상에 빛나는 번역의 힘

최종수정 2016.05.17 11:10 기사입력 2016.05.1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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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채식주의자가 첫 번째로 번역한 책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왼쪽)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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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채식주의자는 제가 첫 번째로 번역한 책입니다. (첫 번째 번역한 책으로 수상하는) 번역가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순간이 바로 저한테 벌어진 것이죠."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16일(현지시간) 한국 소설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을 번역한 데보라 스미스의 공이 크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연방 지역 작가의 작품을 대상으로 작가와 번역가를 공동으로 수상할 정도로 번역가의 역할을 비중 있게 다루는 상이다. 우승 상금 5만파운드도 작가와 번역가가 나눠 가진다.
올해 심사를 맡았던 문학 평론가 보이드 통킨은 "데보라는 소설 채식주의가 가진 묘함과 아름다움의 뒤엉킴을 순간순간 정확히 판단해 해석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가 번역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 데에는 영어 한 가지 언어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갈증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이전까지는 번역된 책을 많이 읽어왔는데, 외부 세계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다른 이야기들을 통해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28살인 데보라는 7년 전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전문가가 거의 전무한 한영 번역 분야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영어밖에 구사하지 못했지만 한국에 와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불과 7년여 만에 한국 소설을 번역할 만한 한국어 능력을 습득하는 것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데보라는 "산을 오르는 심심정으로 한 단어 한 단어 모두 사전을 찾아보면서 번역했다"고 토로했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번역의 과정에서 얻는 희열은 강렬했다. 그는 "내가 그 세계에 막 빠져드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고 강렬했다. 정말 환상적인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번역 작업은 '연결 문학(linked novel)으로서 그 자체로 문학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 한강과의 인연은 비영리번역단체 '타이틀드 액시스 프레스(Tilted Axis Press)'를 직접 설립해 채식주의자에 이어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번역하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데보라는 한강의 소설에 대해 "한강의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나의 흥미를 끌어당긴다. 한국어로 쓰인 소설은 영미권 소설과는 전혀 다르다"고 평가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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