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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 '루돌프' 조정민의 실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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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도, 라플랫"
"라샤프, 도샤프, 파샤프"

MBC '복면가왕'에서 루돌프 가면을 쓰고 등장한 트로트 가수 조정민(1986년생, 29세)은 놀라운 귀를 보여주었다.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와 음악전문가 패널들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피아노 음계'를 정확하게 집어내, 타고난 절대음감을 과시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국민대 피아노과를 전공했고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수준급의 연주 솜씨를 공개하기도 했던 실력파 가수였다.
그녀는 가면을 쓰긴 했지만, 가면 아래에 있는 늘씬한 키와 빼어난 몸매는 가리지 못했다. 패널 중 김구라씨가 8등신 루돌프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해냈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지난 여름(8월 26일) '라디오스타'에서 쎄시봉 친구들(조영남, 윤형주, 김세환)과 함께 그녀를 초청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미녀와 쎄시봉')

복면가왕 '루돌프' 조정민의 실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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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민은 '복면가왕'에서 살짝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하고 말았는데, 스스로가 트로트 가수가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였다. 원래 R&B 가수가 되고싶은 꿈이 있었는데, 20대 초반에 부친이 돌아가시면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돈을 벌기 위해 트로트를 선택하게 되었다는 대목이 문제가 되었다. '돈을 벌기 위해 트로트를 선택'했다는 말이, 트로트 가수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맥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맥락은 그것이 아니었다. 당시 가수 장윤정이 트로트로 큰 인기를 얻고 있었기에, 당시의 흐름에서 대중에게 접근하기 쉬운 분야를 택했다는 얘기였고, 그 선택에 대해 지금은 오히려 매우 만족하며 트로트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정민이 이런 얘기를 털어놓은 까닭은, '복면가왕'이 그녀에게 던져준 큰 감회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자신의 주종목인 트로트가 아닌 R&B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으로 대중에게 선입견 없이 평가받고 싶었고, 용모나 신체적인 아우라가 아니라 순수하게 가창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음을 말하고자 했다. 복면가왕은 그녀의 그런 갈망을 십분 충족시켜준 고마운 프로그램이었던 셈이다.

이 프로그램을 본 뒤 조정민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그녀의 음악도 들어보고 이전의 행적들도 살펴보았다. '살랑살랑'과 '곰탱이'를 들으면서, 이 땅의 트로트가 아주 재치있고 센스있게 진화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전의 신파를 살짝 걷어내고 거기에 젊은 감수성과 새로운 방식의 애교를 담아내려고 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향후 '트로트'가 디지털과 네트워크시대에 새롭게 부각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돋아났다. 음악에서 가장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언어적 재치와 유머를 담아내서 사람들의 입에 녹아나는 흥얼거림으로 입력시키는 트로트야 말로 '디지털'스럽지 않은가. 예능 르네상스에 이것이 어떻게 주류로 파고들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조정민이 자신의 롤모델로 삼은 가수는 심수봉이었다. 심수봉! 그녀야 말로, 트로트를 부른 것이 아니라, 트로트로 심수봉을 불렀다 할 만큼 자기 정체성이 뚜렷하며 하나의 봉우리를 이룬 가수가 아닌가. 조정민은 이런 얘기를 한다. "트로트는 유난히 '맛깔스런'이란 말이 강조되는 분야이다. '맛깔'은 가창력이나 음색만큼이나 노래하는 사람 자체의 매력에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교로만 부르는 노래는 매력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미소 하나 작은 손짓 하나에도 드러난 그 캐릭터야 말로 매력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조정민은 2009년 '조아'라는 이름으로 데뷔를 했으나 비교적 주목을 받지 못했고, 작년 엠네트로트엑스에 출연하면서 본격적으로 트로트의 길에 접어들었다. 지난 봄에는 웹드라마 뮤직비디오에서 샤워 장면을 찍어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보기도 하고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하여 '곰탱이'를 부르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으려고 애를 썼다. 가을에는 서울 광진경찰서 명예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올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에서 트로트가수에게 주는 성인가요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살색이 살짝 검어, '미스 파라과이'라는 얄궂은 닉네임이 붙었으나, 그녀는 자신이 토종 흑진주라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뉴욕에 갔을 때 흑인들이 유난히 관심을 보이더라는 조크를 놓치지 않는다.

이번 '복면가왕'에서는 한국의 제시카 고메즈, 혹은 트로트계의 고소영이란 찬사가 쏟아졌으나, 그녀가 바랐던 건 얼굴과 신체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가창 실력에 대한 대중의 인정이었을 것이다. 김구라는 그녀에게 "(트로트계의 퀸인) 홍진영보다 예쁜데 말을 못하는 게 단점"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유난히 운전을 좋아하고 카레이싱을 꿈꾸는 그 내면 속엔 질주의 영혼이 이미 핸들을 잡고 있지 않을까. 그녀가 예능감각을 연륜과 함께 돋워가며 자신이 지닌 절대음감과 가창력을 무기로 무대를 넓혀간다면, 디지털 시대 한국 가요계의 파워 레이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악보없이 몇 시간 동안 마음 가는 대로 피아노를 치며 논다는 그녀는 소통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소통은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물드는 것이 아닐까요? 격식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은근하고 힘있게 다가가는 힘!" 노래의 저력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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