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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아닌 색동카펫" 외친 한복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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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정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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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서 한복 패션쇼 연 목은정 디자이너
내년 2월 오스카 아카데미 시상식 또 초대 받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최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동대문 상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은 패션쇼가 열렸다. 레드카펫이 아닌 '색동카펫'이 깔린 무대 위로는 색동을 단 저고리와 치마부터, 한복 디자인이 가미된 드레스까지 '한국의 색'을 주제로 제작된 다양한 의상들이 소개됐다. 여기에 독일 아웃도어 브랜드 '심파텍스'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한복이 최초로 등장해 관심이 모아졌다.

이 패션쇼를 이끈 주인공은 목은정 디자이너(여ㆍ43)다. 자신이 만든 '한복드레스'를 입고 행사장마다 찾아다니며, 일찍이 '한복 전도사'를 자처한 그는 우리 전통 복식과 서양식 패턴을 결합해 단아하면서도 화려한 한복의 아름다움을 국내외로 전파하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때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레드카펫을 밟아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지난 27일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그의 숍을 찾았다. 목씨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안 얼굴에다 모델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가 입은 상의는 한복의 선을 가미한 디자인에 훈민정음 서체가 빼곡했다.
"의상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커요. 특히 이런 한복 디자인은 외국인들이 더 신선해 하죠. 거의 5년 동안 파티장이든 행사장이든 어딜 가든지 '한복 드레스'를 입고 나갔어요. 그랬더니 해외에서 초청도 받고, 우리 한복을 소개하는 기회들이 조금씩 생겨났어요."

목씨가 디자이너로 일한 지는 벌써 15년이 가까이 된다. 돈을 벌기 위해 20대 후반부터 10년 동안은 열심히 웨딩숍을 키워나갔지만, 최근 5년 간은 '한복 드레스' 디자이너로 종횡무진 활동 중이다. 한복 디자인을 가미한 웨딩드레스부터 전통 댕기연출법, 전통 이불·베개 디자인도 개발해냈다. 목씨는 "어릴 적 양말이 헤지면 어머니가 동양 자수를 놓아 주셨다. 색동 복주머니와 색동 이불의 추억도 또렷하다"며 "결국 밖에서도 승부를 볼 수 있는 건 우리만이 표현할 수 있는 전통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왕 할 바에는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2월 미국 LA에서 열릴 오스카 시상식에 또 한 번 초청을 받아 가게 된다. 올해 3월 시상식 때 목씨가 협찬한, 드레스가 적잖게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지은 옷은 바로 디즈니 만화영화 ‘겨울왕국’ 주인공 엘사 여왕의 의상을 재현한 한복드레스로, 미국 원로 배우 샤론 패럴이 입었다. 명주에 곱솔(깨끼) 바느질로 만들어 금박·음박으로 장식한 엘사 드레스는 큰 이슈가 됐다. 목씨는 협찬에만 그치지 않고, 함께 데리고 간 모델들과 '색동 드레스'를 입고 이목을 끌기도 했다.

디자이너로, 한복 전도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목씨에게 그러한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지 물었다. 그는 "바로, 우리 딸 덕분"이라고 했다. 목씨는 자신이 '싱글 맘'이라며 밝히고는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웠다. 딸 덕분에 더욱 잘 살고 싶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은 딸을 낳고 키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엘사 드레스는 딸이 만들어달라고 해서 제작했던 것"이라며 "약한 한복 원단은 깨끼 바느질로 탄탄하게 잡아줄 수 있는데, 엘사 드레스로 재현해야 했기 때문에 박음질 기술을 연구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몇 년 사이 제자들이 부쩍 많아졌다. 서울예술전문학교 외에도, 지방의 디자인특성화고등학교부터 곳곳의 의상 전공 대학 등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목씨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청년들을 동참시켜야 한다"며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도 노력만으로 자신들의 프로필을 쌓아갈 수 있는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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