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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청 위생원들 아름다운 기부 화제

최종수정 2014.12.10 08:08 기사입력 2014.12.1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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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업무외 작업으로 번 350만원 어려운 이웃위해 내 놔...청사내 모든 쓰레기통 쏟아 재활용품 분리, 종량제봉투 구입 비용도 아껴 2010년부터 5년간 모은 2,181만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중구청에서 쓰레기를 줍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 9명이 1년 동안 350만원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았다.

이들 중 4명은 한 달 120시간 일해 80만원 정도를 버는 공공근로자들이다. 10원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하루종일 청소일을 하면서 추가로 350만원을 모았다.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골라내는 한 번 더‘하기 싫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이 일에 앞장선 사람은 중구청 위생원실 김용화 반장(사진·45). 1992년 기능직 9급 공무원으로 들어와 청소업무를 맡아 왔다. 김 반장은 오전 6시7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해 구청 본관 3층의 바닥 먼지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청소기를 돌리고 나면 화장실을 돌아보며 점검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김 반장을 비롯해 위생원들은 구청 광장, 화장실, 복도, 계단 청소와 청사 내벽 먼지와 얼룩 제거 등 기본 업무를 마친 다음에 나머지 시간을 쪼개 재활용 작업을 벌였다. 재활용품을 처분해 버는 돈이 한 달에 약 10여만원.
중구 김용화 반장

중구 김용화 반장


이 돈은 위생원들 간식비 정도로 쓰였다. 위생원들에게 주어지는 작은 복지 혜택이었다.
김 반장은 “한 달 동안 쉬지 않고 재활용 작업을 벌여도 대기실에서 타 마실 커피를 살 수 있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반장은 2010년부터 일반 쓰레기통에서도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에는 재활용 봉투에서 분리 수거하는 작업만도 벅찬데 일반 쓰레기까지 분류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위생원들이“안 그래도 힘들고 바쁜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김 반장은“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돈도 더 벌고 예산도 절약할 수 있다”며 설득했다.

이들은 구청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쏟아놓고 안에 담긴 병과 캔, 플라스틱을 분리해 나갔다. 종량제봉투에 재활용이 가능한 병이나 캔 등이 마구 섞여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각 부서에서 1차 분리한 재활용품 마대에 일부 섞여있는 병 캔 알루미늄 플라스틱 종이 등도 다시 재분류했다.

여유가 생긴 종량제봉투에 일반쓰레기를 꾹꾹 눌러 담았다. 이런 작업으로 연간 700여만원인 중구청의 종량제쓰레기 봉투 구입비용이 크게 줄었다. 한 달에 1t도 안 되던 재활용 분리수거가 2t 가까이 나왔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쓰레기 재분리 수거작업을 통해 1석2조 효과를 얻은 것이다.

재활용을 처리하면서 들어오는 돈이 월 30만원이 넘기 시작했고, 김 반장과 동료들은 이 돈을 은행 계좌에 차곡차곡 모았다. 2011년까지 2년 동안 800만원이 모아졌다.

땀흘려 모은 돈이라 연말에 나눠 가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김 반장은“우리는 일을 할 수 있어 몇푼이라도 받지만 아예 돈을 못 버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돈을 주자”고 말했다. 힘들고 수고스러운 작업을 해왔던 동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지난 2011년12월 따뜻한 겨울 보내기 모금 행사때 이 800만원을 기탁했다. 그 이후 해마다 2012년에는 585만원을, 2013년에는 500만원을 내놓으면서 연이은 기탁 릴레이 선행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는 재활용품 가격이 폭락해 예전보다 더 열심히 했지만 제값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350만원도 지난 2일 ‘2015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보내기’ 모금 행사때 기부했다.

이렇게 5년간 기탁한 금액만 2181만원에 이른다.

김 반장은 "가끔 민원인들이 청소한다고 우리를 무시하고 욕할 때는 서럽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보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작은 돈이지만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일할 때 느끼는 설움은 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창식 구청장은 “구청사에서 재활용품을 분리 수거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산을 절감하고 힘들게 모은 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은 이 분들이 중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구청장으로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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