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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인간이 빚어낸 '마술(馬術)'…아트서커스 '카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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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50마리와 33명의 곡예사 등장...아찔한 고난도 아크로바틱 선보여

카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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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쭉 뻗은 다리와 허리, 바람에 흩날리는 갈퀴, 움직일 때마다 미세하게 떨리는 근육, 인간의 말을 이해한 듯 앞뒤로 끄덕이는 고개짓. 무대 한 쪽 편에서 힘차게 질주해 들어오는 말들의 등장에 객석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고조된다. 평균 나이 12세, 무대 경력 최소 6개월 이상의 이 말들이 오늘 무대의 주인공이다. 지난 24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화이트 빅톱 씨어터'에서 미리 본 '카발리아(Cavalia)'는 말과 인간의 교감으로 빚어낸 아트 서커스이다. 50마리의 말과 33명의 곡예사와 기수들이 보여주는 호흡은 때론 아찔하게, 때론 조마조마하게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한다.

말들 중에서도 '리버티(liberty)' 역할을 맡은 6마리의 말들은 줄이나 안장의 도움없이도 무대에서 준비된 연기를 착실하게 선보인다. 달려가다 일제히 원을 그리며 돌고, 돌다가도 다시 일렬로 줄을 맞추는 모습에 감탄이 나온다. 어떤 말은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앞발을 움직이며 스텝을 밟았고, 또 다른 말들은 무릎 높이의 장대를 훌쩍 뛰어넘어 박수갈채를 받았다. 무엇보다 곡예사들이 말과 함께 선보이는 아크로바틱이 압권이다. 질주하는 말 위에 서서 묘기를 부리거나, 네 마리의 말을 동시에 끄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다. 말 중에서도 가장 작은 '트루버도(troubadour)'는 무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달려가기만 해도 객석의 반응이 뜨겁다. 90cm가 채 안되는 이 말은 별명이 '슈퍼스타'인데,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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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발리아'는 '태양의 서커스'의 공동설립자 중 한 명인 노만 라투렐이 연출한 서커스다. 2003년 캐나다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캐나다, 미국, 독일, 네덜라드 등 52개 도시에서 총 400만 이상의 관객들을 만났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8월부터 공연됐는데, 평일에도 객석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국내에서는 오는 11월5일부터 12월28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첫 선을 보인다. 제작비만 총 100억원이 투입되며, 잠실종합운동장 내에 너비 약 2400㎡, 높이 30미터, 무대 넓이 50m로 관객 2000명과 말 5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화이트 빅톱을 제작할 예정이다.

'카발리아'는 말과 기수를 뜻하는 프랑스어, 영어를 조합해 만든 단어다. 말을 훈련시키는 기수들은 보통 4~5년의 시간 동안 한 말과 호흡을 맞춘다. 곡예사 로라 버브리는 "말들은 어떤 장면에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음악을 통해 알고 있다"며 "공연을 할 때는 말과의 유대감이 가장 중요하며, 서로간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밌는 사실은 쇼에 등장하는 말 50마리가 모두 수컷이라는 점. 암컷이 한 마리라도 있으면 수컷끼리 경쟁을 하기 때문에 아예 수컷으로만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안무가 줄리앙 역시 "1분짜리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2시간이 넘는 훈련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안무가 변하면 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미리 신뢰를 쌓아 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말들이 무대에서 움직이기 싫어하면 자유롭게 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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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와 2부로 나눠진 공연에서는 아크로바틱과 공중 곡예, 물속에서의 묘기 등이 펼쳐진다. 1부에서는 아슬아슬한 묘기에 박진감과 스릴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2부에서는 보다 정적이고 서정적인 무대가 꾸며진다. 60m 대형 와이드 스크린은 무대를 사막에서 정글로, 다시 동굴이나 눈 내리는 평원으로 변신시켜준다. 특별한 줄거리 없이 바뀌는 배경에 따라 옴니버스 식으로 진행되는 식이다.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첼로 등으로 이뤄진 6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공연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2시간 내내 이어지는 '묘기의 행진'식 구성이 다소 단조로울 수 있지만, 무대 위를 힘차게 뛰어가는 말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묘한 감동을 준다. 11월5일부터 12월28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싱가포르=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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