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베트ㆍbet)'와 '도박(갬블ㆍgamble)'의 차이는?
확실한 구분선은 없다. 골퍼가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내기, 큰 부담을 느끼면 도박이다. '베트'는 스코틀랜드에서 골프와 함께 태동했다는 기록이 있다. 초창기에는 물론 게임을 즐기기 위해 간단한 경품이나 돈을 거는 게 목적이었다.
도박은 돈이나 재물을 걸고 경쟁을 해 승자가 모든 것을 걷어가는 일종의 사행성 게임이다. 골프 역사상 가장 큰 도박은 1930년대 시카코에서 큰 총포상 주인과 은행가가 벌인 대결이다. 전 재산을 걸었다는 게 놀랍다. 은행가가 18홀 그린에서 승리를 거머쥐어 총포상의 재산을 몽땅 넘겨받은 희대의 거액 골프도박이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골프에서의 작은 내기는 그러나 '약방의 감초' 격이다.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플레이를 집중하게 하는 경쟁성 자극제가 될 수 있다(Playing for a little something is not only fun but also helpful in improving our concentration). 당연히 약수가 적어야 한다. 미국에서의 내기골프는 실제 보통 1타당 1, 2달러, 점심에 핫도그나 19번홀에서 생맥주 한잔 할 정도로 가볍다.
허물없는 사이라면 "You bet?", 또는 "Want a game?"이라고 짧게 물어보면 된다. 대답은 "You are on(좋소)"이나 "That sounds interesting", 또는 "Sure, sounds like fun"이다. 그러면 "Let's play the front nine for a dollar a hole(전반 나인은 홀 당 1달러씩 하자)", "Why don't we play for lunch after the game?(게임 끝낸 후 점심내기 하자)"라고 제안을 한다.
만약에 싫다면 "Let's not bet", 또는 "I don't want to bet today"다. 내기에 임할 때는 "지는 게 이기는 것(Losing is winning)"이라는 기본정신을 가져야 한다. 좋은 매너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얻을 수 있다. '소탐대실'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bet'이건 'gamble'이건 공통점이 있다. 상대방의 굿 샷을 저주하고, 미스 샷을 기뻐하는 인간 본연의 속성이다. 아웃오브바운즈(OB)가 나면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할 정도다.
그래서 내기골프를 할 때는 비록 작은 액수지만 정해진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동시에 좋고 나쁜 감정을 자제하고, 게임의 결과에 승복하고 지불할 돈은 깨끗이 지불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 "내기에서 셈이 빨라야 친분이 오래간다(Short accounts make long friends)"는 명언이 있다. 사실 내기에서는 돈을 따는 것보다 잃는 것이 최상의 교제술이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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