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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 올봄 철학서와 소설집 동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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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소설가 김영현.

소설가 김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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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깊다. 소설가 김영현(60, 사진)의 양평 자택도 꽃과 녹음에 갇혔다. 양평 자택을 찾을 때마다 늘상 겨울이었던 걸 감안하면 전혀 색다른 풍경이다. 발이 시릴 정도로 난방도 안 된 서재에서 벽난로에 장작불을 지피고 술을 나눴던 기억도 새롭다.

김영현은 최근 두권의 책을 내놨다. 작년 아시아경제신문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짐승들의 사생활'을 단행본으로 개작, 출간한 '누가 개를 쏘았나'(시간여행 출간)와 철학인문서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사회평론 출간)다.
매일 용문도서관에 나가 오랫동안 씨름해 얻은 결실이다. 그 중에서도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는 언뜻 에세이같은 제목이지만 엄연한 철학서다. 이 책은 우리가 간혹 "시간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던 주제에 대해 철학적·과학적으로 고찰하고 다. 그 내용은 '시간'에 대한 과학· 철학적인 사유, 즉 과학적으로 '하나의 운동에 관한 시간'과 철학적으로 변화의 핵심인 '자기 동일성'의 문제, 즉 '통일성과 연속성'을 지닌 '시간'을 다룬다. 아우구스투스와 베르그송에서부터 하이데거, 아인슈타인 등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철학자들의 '시간론', 관련한 역사적 논쟁 과정도 함께 설명한다.

본래 김영현이 철학도였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김영현은 책을 쓴 배경과 관련, "오랫동안 시간이라는 수수께끼를 풀려고 노력해왔다"며 "시간의 비밀을 알려고 하는 자는 누구나, 언제나, 불가사의한 수수께끼의 늪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설파한다. 이어 "그동안 질풍노도와 같은 시대를 정신없이 살아가느라 놓쳤던 물음을 무엇인가 끌리 듯 찾아가게 됐다"고 고백한다.

독자라면 소설가의 철학서를 접하는 게 익숙치 않을 수 있다. 소설이 감성을 주로 다룬 것과는 달리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리얼리즘 문학의 작가답게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적 사유와 해박한 인문지식은 그가 '독서광'이라는 걸 알게 한다. 그런 김영현은 올 봄 혈육만큼이나 가까운 지인 둘을 떠나 보냈다. 때문에 더욱 잔인한 4월과 "오랫동안 탐구해온 주제"인 시간에 대해 격렬한 질문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나의 성냥개비가 타서 재가 되는 과정이나 한 인간이 태어나 늙어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름', 즉 자기 정체성이라든가 자기 동일성을 얻고, 유지하고, 또 잃고 하는 것을 우리는 시간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철학적 해명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다. 또한 시간은 물리적 현상과 전혀 다른 '영원'이나 '현재'와 같은 형이상학적 개념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형이상학적 설명도 하나의 추상이다. 도대체 한 사물이 '자기됨'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서부터 나오는가 ?"

이런 질문은 그간 문학을 통한 '현실 참여'와 '저항'을 실천해 왔던 김영현에게서 접하기 어려웠던 주제인 것은 분명하다. 김영현이 내놓은 '사유'와 '논의'라는 새로운 날개는 기존 언어와 전혀 다르다. 소설과 철학이라는 다른 장르, 다른 주제를 같은 시간에 작업한 것과 관련, 김영현은 "본래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펼쳐놓고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며 "사실상 두개의 작품은 '공존'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통일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영현은 "각기 다른 언어로 쓰여졌을지 언정 인간에 대한 탐구는 같다"고 덧붙였다.

"소설장이가 철학에 관한 책을 쓴다는게 조금은 개쩍고 주제넘은 일이다. 처음엔 아포리즘 정도로 시작한 것이 평소에 가졌던 시간에 대한 생각 전반으로 넓어졌다. 파자마바람으로 나선 걸음이 천리를 간다하지 않던가 ? 시간이라는 주제는 1977년 감옥에서 시작됐다. 오랫동안 시간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기를 희구해 왔다. 나의 노력이 시간을 탐구하는 사람들에게 시야를 더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편 소설 '누가 개를 쏘았나'는 과거의 김영현 언어로 쓰여졌다. 주제 또한 개발, 폭력, 세대간 갈등을 다룬다. 다만 소통하고 연대하며 새로운 희망과 삶을 추구해 가는 젊은이들이 주인공이다. '살구꽃 마을'을 배경으로 하림, 동철, 혜경, 소연 등 20, 30대의 젊은이들과 기성세대인 지역 정치인, 개발업자, 펜션 주인 등이 뒤섞여 욕망의 서사를 이룬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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