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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목소리를 잃어버린 동네…안산 ‘고잔1동·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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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목소리를 잃어버린 동네…안산 ‘고잔1동·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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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30일 오후 5시께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에 위치한 단원고등학교 정문. 하교시간임에도 학교 앞은 고요했다. 친구들과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학교를 빠져나오던 평상시의 하굣길 풍경에 익숙한 탓일까. 학교 정문 너머 언덕위로 터벅터벅 내려오는 학생들 발걸음이 무거워보였다.

단원고가 위치한 이곳 고잔1동은 지난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를 당한 학생 중 가장 많은 비중인 107명이 살고 있던 지역이다. 이중 80여명이 사망했거나 실종상태다. 학교 맞은편에 있던 문구점 점원은 “아직도 사고를 당한 학생 얼굴 하나하나 모두 기억하고 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학교 맞은편에는 소형 빌라가 밀집해 있었고 골목 사이사이는 텅 비어있었다.
하교하는 학생들의 행렬을 따라 학교 북쪽으로 이동하자 상가 골목이 나왔다. 학생들이 방과 후 자주 찾는 떡볶이집, PC방, 만화방 등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떡볶이집에는 떡볶이 국물이 철판에 말라붙어 있을 정도로 손님이 거의 없었다. PC방에 들어가도 단원중 학생과 몇몇 일반인들만 눈에 띌 뿐 단원고 학생은 없었다. PC방 주인은 “세월호 사고 이후 찾아오는 학생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특히 단원고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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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잔1동 북쪽에 위치한 와동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현재 침몰한 세월호 탑승자이자 와동에 거주했던 학생 97명 중 구조된 28명을 제외한 69명이 사망했거나 실종됐다. 한국디지털미디어 고등학교, 와동초등학교, 와동중학교 등이 모여있는 동쪽 지역에는 학생들이 몇몇 보였지만 서쪽은 한산했다. 근처 분식집 및 서점에서 단원고 학생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단원독서실 주인은 “다른 학교 학생들은 많이 찾아오는데 단원고 학생은 사고 이후 거의 안온다”며 “단원고는 중간고사도 5월 중순 경으로 인근 학교 중 가장 늦게 치르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다시 단원고 쪽으로 방향을 틀어 남쪽으로 이동하다, 버스정류장 앞에 교복을 입고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있는 고등학생을 만났다. 자초지종에 대해 묻자 한국디지털미디어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라는 김모(18)씨는 “오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만나고 왔다”며 “실종자가 모두 구조될 때까지 리본을 떼지 않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한 친구와 중학교 3학년 때 동창이었으며 최근까지 같은 단과학원에 다녔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자 고잔1동과 와동은 더욱 고요했다. 평소에도 안산에서 가장 조용하기로 소문났던 이 두 동네에는 현재까지 150여명에 가까운 학생들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 대신 가끔씩 지나가는 차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렸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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