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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찾아 삼만리'…실화의 힘 보여준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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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 덴치, 스티브 쿠건 주연…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필로미나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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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전직 BBC기자 마틴은 '주말 섹션'용 기사거리를 찾다가 필로미나 할머니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필로미나가 50년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 나선다는 소식에 본능적으로 '특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 공부관으로 일하다가 억울하게 잘린 마틴은 전직 사회부 기자 출신답게 이번 기회를 이용해 화려한 재기를 꿈꾼다. 하지만 '휴먼 드라마'를 예상하며 필로미나의 아들 찾기 여정에 동참한 그는 불편한 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필로미나가 아이를 낳은 건 10대 때다. 한 순간의 실수로 미혼모가 된 필로미나는 강제로 수녀원에 들어가게 되지만 수녀원에서의 생활은 오히려 지옥에 가깝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노동은 둘째 치고, 아이가 거꾸로 나와도 진통제조차 맞을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한 곳이 그곳이다. 하루에 딱 1시간 아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만이 필로미나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하지만 수녀원에서 돈을 받고 아이를 강제로 입양시켜버리면서 필로미나는 아이와 강제 이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50년이 지나 다시 아이를 찾으러 가는 길이다.
영화 '필로미나의 기적'의 이 기적같은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22년 아일랜드는 평균 나이 23세의 젊은 여성들 1만여명을 강제노역에 동원했으며, 이 가운데 미혼모의 아이들은 돈을 받고 다른 나라로 입양을 보냈다. 국가가 나서서 아이들을 해외로 수출한 격이다. 가진 것 없는 미혼모들은 자신의 아이에 대한 모든 권리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써야 했고, 필로미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제노역시설은 1996년이 돼서야 각국의 고발로 문을 닫았으며, 아일랜드 정부는 최근에서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같은 사실은 2009년 마틴 식스미스 전 BBC기자가 쓴 '잃어버린 아이'란 책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영화는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필로미나와 마틴의 동행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실제 인물인 필로미나는 자신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해 처음에는 영화 제작을 거부했지만 '제2의 필로미나'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 영화 제작에 동의하게 됐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각본상, 영국 아카데미 각색상을 받았으며, 지난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 여우주연상, 각색상, 음악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필로미나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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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어둡고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영화는 따뜻하고 사려깊게 풀어내는데, 이는 캐릭터의 힘이 크다. 우리에게는 007시리즈의 'M'으로 유명한 주디 덴치는 말 못할 비밀을 50년간 간직하고 있지만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 성격의 필로미나 역을 맡았다. 첫 데이트를 생각하면서 아직도 얼굴을 붉힐 정도로 소녀적인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필로미나는 수녀원의 악행이 드러난 후에도 분노하기 보다는 그들을 이해하려 애쓴다. 주디 덴치는 비행기에서 먹는 공짜 오렌지주스에 기뻐하면서 주름마저도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인다.
주디 덴치와 호흡을 맞춘 스티브 쿠건은 이 배우의 특기가 코미디임을 잠시 동안 잊게 해준다. 냉소적이며, 까칠하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일수록 좋다"고 얘기하는 독설가 마틴은 끝내 필로미나에 동화돼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한다. 스티브 쿠건은 2010년 가디언지에 실린 원작자의 인터뷰를 보고, 이를 영화로 만들 결심을 했다. 제작과 각본, 출연까지 1인3역을 완벽하게 해냈다. 감독은 2007년 '더 퀸'을 연출했던 스티븐 프리어스가 맡았다.

50년 동안 가슴에만 품고 있었던 아들의 실제 삶을 추적해나가는 어머니의 여정이 잔잔하지만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당시 아일랜드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아직도 자신의 아이가 어디에 입양됐는지 알지 못한 채 찾아 헤매는 필로미나와 같은 처지의 미혼모들이 1만여명이나 더 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 대표적인 '고아 수출국'이란 오명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다. 16일 개봉.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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