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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인형극·미디어 융합 세태풍자극 '꼭두각시놀음 조종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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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꼭두각시놀음 조종자편'의 한 장면. 박첨지가 몇해 만에 만난 꼭두각시(본처)를 구박하고, 덜머리집(첩)이 이를 고소해 하고 있다.

연극 '꼭두각시놀음 조종자편'의 한 장면. 박첨지가 몇해 만에 만난 꼭두각시(본처)를 구박하고, 덜머리집(첩)이 이를 고소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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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전통 인형극 '꼭두각시극'이 현대 실험극으로 재탄생했다. 인형을 조종하는 배우들이 무대 위로 등장, 연기와 춤판을 벌이며 고수이자 디제이인 재담꾼과 대화를 나눈다. 공연의 장면들은 무대 안쪽에 설치된 스크린에 다시 확대돼 비춰진다. 남사당패 놀이 중 하나인 꼭두각시극 원형 그대로의 풍자와 해학은 닮았으되, 미디어를 활용하고 때론 화려한 조명과 움직임으로 콘서트를 방불케 한다.

최근 연극 '꼭두각시놀음 조종자편'을 보러 서울 대학로 '혜화동 1번지'를 찾았다. 이 극장은 지난달부터 '전통'을 키워드로 해 젊은 연출가들이 만든 기획 창작극을 선보이고 있다. 다음 달까지 이어질 봄 시즌 연극축제에 두 번째로 소개된 작품이 바로 이 연극이었다. 전통 인형극이 소극장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또 변형될지 궁금했다.
극은 먼저 주인공 '박첨지'가 고수와 익살스럽게 대화하는 인형극으로 시작한다. 팔도강산을 유람하던 중 꼭두패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박첨지 자신도 구경하러 가겠다는 말과 함께 막이 바뀐다. 이때부터 공연은 스크린과 이동 카메라들이 설치된 연극 무대로 변신한다. 배우들은 연기를 펼치면서도 공연을 스크린에 담아내기 위해 돌아가며 동영상 작업을 동시에 벌인다. 무대는 박첨지의 며느리가 상좌중과 바람이 나는 '피조리 거리', 첩을 둔 박첨지가 수년 만에 만난 본처 꼭두각시를 구박과 학대로 내모는 '꼭두각시 거리' 등 민속학자 심우성의 채록본을 바탕으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현실풍자극이란 측면에서 이 연극은 '안현수 러시아 귀화'와 '세 모녀 자살사건'을 소재로 다룬다. 서럽게 남편으로 부터 버림받은 꼭두각시가 "나 러시아로 가서 스케이트나 탈라니 노란 돈이나 주시오…아까운 건 안현수가 아니라 금메달일 뿐"이라며 조롱하는 대목, '매사냥 거리'에서 평안감사가 홍동지에게 "긴급복지 지원 홍보를 어떻게 했길래 그러냐"며 "정부 홍보가 부족해 비극이 생겼다"며 족치는 장면 등이다.

공연은 결말부에 가서 다시 인형극을 빌려 '이시미 거리'를 소개한다. 무시무시한 이시미(이무기)가 상좌중이든 꼭두각시든 많은 사람들을 죄다 잡아먹는다. 박첨지도 이무기에게 물리지만 홍동지가 등장해 그를 구하고, 이시미를 물리친다. 마지막 거리인 '절짓고 허는 거리'에선 죽은 사람들의 명복을 빌며 절을 짓고 다시 절을 허무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서 절을 허무는 것은 외래 종교에 대한 부정, 극복을 의미한다.
이번 연극은 인형극과 미디어의 결합, 구수한 재담과 사투리, 트로트, 가요 등의 음성 장치들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적절히 잘 소화시키고 있다. 연출가가 채록본의 대사를 현대어로 바꾸는 데 들인 공력과 전통 인형극 무대의 뒤에서 일어나는 조종자(배우)들의 역할을 다시 스크린과 카메라로 재해석했던 점도 신선했다.

연출가 김제민은 "꼭두각시놀음의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사회적 불륜, 조강지처불하당, 부패권력, 자본의 야만성 등을 유쾌하게 그려내고자 했다"며 "꼭두와 대잡이(조종자) 사이의 매개와 표현, 대잡이의 조종과정 등을 무대화하는 데 주목했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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