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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도 습관이다'…'최강 만수(萬手)' 모비스

최종수정 2014.04.11 11:15 기사입력 2014.04.1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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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사진=KBL 제공]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사진=KBL 제공]


[창원=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유재학(51) 감독의 눈물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는 180㎝도 되지 않는 작은 키로 농구를 하면서 국가대표까지 됐고,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뒤 한 번도 쉰 적이 없는 유일한 코치다. 날카로운 눈빛과 꽉 다문 작은 입에서 늘 결연함이 비치고, 경기 운영 역시 냉정한 이 사나이에게서 감정의 편린이라도 발견한 이는 드물다. 그 유 감독이 10일 밤 슬쩍 눈물을 비쳤다.
유 감독이 이끈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는 이날 밤 창원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창원 LG를 79-76으로 물리쳤다. 이로써 4승 2패로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하면서 전신인 기아를 포함,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해 KCC와 함께 최다우승팀이 됐다. 또한 최근 8년 사이 네 차례 우승이라는 압도적인 업적을 세웠다.

▲농구대잔치 최강 기아의 재래(再來)
"아, 이번에는 정말 안 될 줄 알았는데 됐네요."
새롭게 시즌을 시작할 때마다 유재학 감독은 소극적으로 시즌을 전망했다. 우승을 장담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팀에 이러저러한 약점이 있어 어려운 시즌이 될 것 같다. 이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서 기회를 찾아 보겠다"는 식이다. 그가 예상한 올시즌 모비스의 성적은 '6강'이었다. 유 감독은 "다른 구단의 신인과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져 이번에는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정규리그에서 40승(14패)이나 할 줄 몰랐다"고 했다.
이번 시즌은 2006-2007시즌의 재판 같다. 당시 모비스는 시즌을 앞두고 강한 팀으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우승했다. 그 시즌의 우승은 실업농구 무대인 '농구대잔치'에서 일곱 차례나 우승한 전설의 팀 기아가 프로 원년 우승을 마지막으로 곤두박질쳤다가 모비스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로드 벤슨[사진=KBL 제공]

로드 벤슨[사진=KBL 제공]


▲'우승제조기'
"커팅 안 해도 돼. 매번 한 건데 뭐."
유재학 감독은 승리자만 할 수 있는 세리머니인 그물 커팅을 하지 않았다. 곧장 기자회견실로 들어갔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취재진에 대한 배려였다. 그는 우승에 익숙하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네 번째 우승했다. 각각 세 차례 우승한 신선우(58ㆍ전 현대-KCC)ㆍ전창진(51ㆍKT) 감독을 넘어 역대 최다우승 감독이 됐다. 모비스 지휘봉을 잡은 2004-2005시즌 이후 열 시즌 만에 이룬 대업으로 재임기간으로 한정하면 우승 확률은 40%나 된다.
유재학 감독으로서는 신선우 전 감독의 기록을 경신한 데 만감이 교차했을지 모른다. 신 감독은 1997-98시즌 우승을 시작으로 이후 두 차례 더 우승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정확한 수읽기 때문에 '신산(神算)'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를 유 감독은 '만수(萬手)'라고 표현했다. 그 말이 자신의 별명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신 전 감독은 유 감독이 꼭 이기고 싶은 목표였다.

▲ 퇴출 경고 받던 문태영, MVP되다
유재학 감독은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요소를 꼽는다. 감독의 열정과 적재적소에 필요한 선수, 프런트의 지원이다. 신뢰와 소통으로 그는 삼박자를 아울렀다. 팀을 처음 정상에 올려놓은 2006-2007시즌부터는 하나를 더 추가했다. 절실함이다. 유 감독은 "배가 불러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유 감독은 2004년 모비스를 맡은 이후 열 시즌 동안 늘 선수단, 프런트와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특별대우는 없다. 혼혈 귀화선수 문태영(36)은 입단 초 지각이 잦았다. 유 감독은 '퇴출하겠다'고 경고했다. 용서를 빌고 팀에 남은 문태영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유 감독이 문태영을 뽑은 이유는 득점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문태영은 여섯 경기에서 평균 22.2득점 8.0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유재학 감독과 울산 모비스 선수단[사진=KBL 제공]

유재학 감독과 울산 모비스 선수단[사진=KBL 제공]


▲ 왕조(王朝)로 가는 길
모비스는 앞으로 얼마나 더 우승 전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양동근(33), 문태영 등은 나이가 많지만 앞으로도 한두 시즌은 더 정상급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지훈(30)은 경기를 읽는 눈과 결정력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대성(24)은 미래의 자산이다. 자유계약 시장에서 어떤 선수를 영입하고, 팀 경기력에 큰 영향을 주는 외국신 선수 선발에 실패하지만 않으면 당분간 우승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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