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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3.11 日 대지진이후, 건축가는 생각했다…"건축의 중심은 사람과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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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건축 3세대 '안도 다다오' vs 건축 4세대 '나, 건축가 구마 겐고'

일본을 대표하는 두 건축가의 자서전.

일본을 대표하는 두 건축가의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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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지난 달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세계 최대 비정형 건축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나 '건축의 미래'라는 평가와 '정체불명의 불시착 UFO', '주변 환경을 무시한 흉물'이라는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무엇보다 DDP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과연 우리 시대 건축이 어떠한 모습을 갖추고 있어야 할지 혹은 좋은 건축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런 시점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일본의 두 건축가 '안도 다다오(73)'와 '구마 겐고(60)'의 자서전이 나란히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안도 다다오가 2011년 3월 한 달 간 일본 닛케이 조간신문에 연재한 글을 다시 엮어서 내놓은 '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는 안도 다다오의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 '나의 이력서'라는 부제가 말해주듯이 건축가가 되기까지의 안도 다다오의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구마 겐고의 첫 자서전 '나, 건축가 구마 겐고'는 그의 35년 건축 여정이 압축적으로 담겨있는 책으로, 남들과 다른 구마 겐고만의 독특한 건축 철학을 만나볼 수 있다.
◆ 日 건축 3세대 '안도 다다오' VS 건축 4세대 '구마 겐고' = 안도 다다오의 이력은 독특하다. 중학교 2학년 때 이층집 공사를 하러 온 젊은 목수의 모습에 반해 건축에 흥미를 갖게 됐다. 고교 때는 프로 복서로 데뷔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정형편과 학업성적 탓에 대학진학을 포기해야 되자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건축과 관련한 책을 1년 동안 무턱대고 읽어댔다. 남들이 대학졸업반일 때, 세계의 건축물을 봐야한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7개월간 홀로 유럽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이후 고향 오사카에 사무실을 두고 무작정 '일을 만들고' 다닌 끝에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 '독학의 건축가', '게릴라 건축가'라는 수식어가 평생 따라다녔다.

1970년 말 등장한 안도 다다오가 일본 건축 제3세대라면, 1990년대 이후 등장한 구마 겐고는 제4세대에 속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국립요요기경기장에서 "아름다운 지붕의 곡면을 핥으며 쏟아지는 빛의 모습"에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게 건축과의 첫 인연이었다. 하지만 도쿄대 건축가에 입학한 뒤 제1차 오일쇼크가 일어나 건축은 사양산업이 됐다. 모두들 짐을 싸고 건축을 떠날 때, 오히려 그는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대신 20세기 건축을 대표하는 '영원히 단단한' 콘크리트와 반듯하고 깨끗한 '미국적인 것'에서 되도록 먼 건축을 추구했다. 작고, 약하고, 자연스럽고, 잇는 건축이 그의 상징이 됐다.

◆ 세계적인 건축가가 말하는 건축 = 안도 다다오는 "건축의 진정한 가치는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을 연결시켜 주고, 감동을 새겨 넣어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택가 한가운데 창문하나 없는 외벽을 콘크리트로 덮은 '스미요시 나가야', 십자가를 통해 예배당 내부로 바람과 빛이 들어오게 한 '빛의 교회' 등이 그의 작품이다. 특히 '빛의 교회'는 록그룹 U2의 보컬인 보노가 직접 찾아와 예배당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부른 것으로 유명하다. 안도 다다오는 "음악과 그림, 연극, 문학 등 여러가지 예술 분야에 스스로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지금의 주입식 교육과 부모들의 과잉보호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안도 다다오가 겪었던 황금세대의 바로 뒷세대였던 구마 겐고는 일본의 경기침체로 건설경기가 죽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20세기 건축이 자연을 무시하는 경향에 대한 반발로 데뷔작 건물 'M2'를 선보였지만 '거품의 상징'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을 싫어하는 비뚤어진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구마 겐고는 지방을 전전하며 자연과 건축의 융합을 시도했고, 그의 작품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특히 3.11대지진 이후 그가 주장해온 작음, 약함, 죽음의 건축 철학에 전 세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 회화, 조각 등 인간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현 수단은 다양하지만, 건축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폭력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게 그의 건축관이다.

건축가로서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제기도 흥미롭다. 안도 다다오는 요즘 학생들이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국제사회로 나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호기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세계를 알아 가야 자기 자신이 보이게 된다"며 "일본 어린이들은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필요한 야성을 빼앗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마 겐고는 한국과 비교하며 일본 건축계에 경종을 울린다. "일본은 한가로운 시골 마을에서 고타츠(난방식 테이블)에 발을 넣고 몸을 데우고 있다. 한국에 가면 '아이고, 고타츠에서 나오지 않으면 위험하겠구나'하는 위기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곳이 한국"이라고 지목한다.

두 책 모두 이들의 대표 건축물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새로운 건물은 도시에서 이물질이라는 숙명을 타고 난다"는 지적처럼 이들의 대표 건축들이 당시에는 평단과 미디어의 많은 비난을 받았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다른 길을 걷던 두 건축가가 3.11대지진 이후 건축에 대한 입장과 생각을 다시 하게 된 행보가 감동적이다. 건축에 앞서 인간을 먼저 생각하라는 이들은 "만드는 일은 즐겁고,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더 즐거운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도 다다오 일을 만들다 / 안도 다다오 / 이진민 옮김 / JEI 재능교육)
(나, 건축가 구마 겐고 / 구마 겐고 / 민경욱 옮김 / 안그라픽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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