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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창조경제로 행복한 사회 만든다고? 앞뒤가 바뀌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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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욱 행복나눔125운동본부 추진위원장, 산업현장 창의성 나오려면 나눔·감사·토론 필요해…"백성부터 행복해야 한다" 세종 업적은 아래서부터 나온 것

[아시아경제 대담=이명재 사회문화부장, 정리=이윤주 기자]자신의 지평을 넓히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조직의 위기를 기민하게 알아채고 사회의 메가트렌드를 예리하게 전망하며 필요할 때 과감히 장르를 넘어선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온 '한국의 잭 웰치'로 불리다 '나눔'의 전도사로 돌아온 손욱 행복나눔125운동본부 회장(69)이 그런 인물이다. 공학도에서 국내 최고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 이르기까지 성공가도를 달리다, 이물질 파동으로 곤경에 처한 식품회사의 회장으로 돌연 자리를 옮겨 위기관리 사령관이 되더니,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회사를 안정시키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융합과학기술을 강의하는 교수로 강단에 섰다. 그리고 이제 '1주에 하나씩 좋은 일을 하며 한 달에 2권씩 좋은 책을 읽고 매일 5회 감사하자'는 '행복나눔125' 운동을 제창해 이끌고 있다. 그는 '감사'와 '나눔'의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한 세종대왕의 리더십을 통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가 강조하는 정신문화의 복원으로써 우리가 맞닥뜨린 사회·경제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들어봤다.
[아시아초대석]"창조경제로 행복한 사회 만든다고? 앞뒤가 바뀌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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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의 경영자이자 학계의 연구자로서의 오랜 경험으로 지금의 '창조경제'에 대해 어떤 점을 긍정적으로, 또 어떤 점을 미흡하거나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는가.
▲경제 성장의 패러다임이 설비 투자에서 연구개발(R&D)까지 끊임없이 변화해오면서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창의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하나의 조직이나 기업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중대한 문제로 인식된다. 그런데 창의적인, 창조적인 인재는 혼자 창조적인 생각을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창의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수 있는 문화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여기서 착각하기 쉬운 것이 '행복'과 '창조경제'의 선후관계이다. 현 정부는 지난 1년간 '창조경제'로써 '국민행복' 시대로 도약하자고 독려해 왔으나 사실상 순서가 바뀌었다. 국민이 행복해 신바람 나는 문화가 토양이 되면 창의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행복하면 아이디어가 절로 떠오른다. '행복한 사회'를 국민운동을 통해 만들어보기로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창조 르네상스 시대로 세종대왕 시대를 꼽으셨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다고 봤는지.
▲세종의 철학은 '나눔' '감사' '토론' 세 가지로 압축된다. 세종은 왕이 가진 것부터 아래로 아래로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성부터 행복한 세상이 돼야 한다고 믿었다. 그가 꿈꾼 나라는 '생생지락(生生之樂)', 즉 생업의 즐거움을 온 백성이 느끼며 사는 신바람 나는 세상이었다. 그래서 지식(금속활자)을 나눠 갖고 법전(경국대전)을 나눠 가졌으며 시간(자격루)이라는 권력까지 나눠 가져 온 백성이 저마다 자신의 역할 안에서 풍요롭고 신바람이 나도록 했다. 또한 세종실록에 보면 '○○가 ○○를 보고해서 칭찬했다'는 기록이 참 많다. 칭찬이라는 건 '감사'에서 비롯되는 거다. 진정한 칭찬은 상대에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세종은 형식으로 칭찬한 게 아니라 아랫사람에게, 백성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서 수시로 칭찬을 했고, 이것이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걸 그때 이미 알았다. 마지막으로 '토론'은 소통의 기반이다. 세종은 왕이 주재하는 경연(독서토론)을 1년간 평균 205회나 했다고 한다. 왕으로부터 지식이 공유되니 이 문화가 관찰사로, 군수로, 흐르고 흘러 조선팔도가 토론 왕국이 됐다. 이 세 가지가 동양의 르네상스를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세종대에 비해 지금 한국 사회에는 특히 무엇이 부족하다고 보는지.
▲위의 세 가지가 다 부족하지만 그중 제일 부족한 건 '감사'다. 앞서 말했듯 창조는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분위기가 토양이 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우선 다른 사람을 향해 마음이 열려야 한다.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엮여야 창조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때 마음을 여는 열쇠가 바로 '감사'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감사하는 문화가 뿌리 깊게 존재했다. '고맙다'라는 우리말의 어원이라고 알려진 '고마(固麻)'는 신(神)·신성(神聖)을 뜻한다. 예부터 모든 인간에 신성이 있다고 했는데, 신에게 감사하듯 모든 이웃에 서로 감사한다는 거다. 두레, 품앗이 등 나누고 힘을 합치는 공동체 문화를 탄생시킨 배경이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것은 앞의 세 가지 중 '토론'으로 풀어갈 수 있겠다.
▲그렇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의 역사가 길다. 조선 500년부터 지금까지 권력자 한 명에 모든 게 집중돼 상하관계가 습관화돼 있다. 회의를 할 때 높은 사람이 의견 하나를 내면 반대 의견이 어느새 사라진다. '토론'이 없다. 토론은 창의성을 북돋우는 바탕인데, 바탕이 없이 창조경제를 외치면 되겠는가. 세종실록을 보면 놀랍게도 어느 사안에 대해서든 찬성과 반대가 늘 반반이었다고 나온다. 세종에게 삿대질하며 의견을 굽히지 않는 신하도 있었다고 한다. 세종이 모두에게 늘 고개를 들고 자유롭게 얘기하라고 독려한 덕이다. 혼자 책만 읽어 쌓은 지식은 외곬로 빠질 수 있다. 토론은 그런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다.
-'나눔'의 문화는 비교적 자리 잡고 있다고 보는 건가.
▲기실 우리 민족의 DNA에는 '홍익인간'의 이념이 있다고 생각한다. 십이간지(十二干支)를 보면 동물들에 저마다 의미가 있는데 예컨대 쥐는 '지혜', 개는 '신뢰', 닭은 '질서'다. 그중 열두 번째가 돼지인데, 이 돼지가 참으로 기특한 동물이다. 돼지 젖꼭지가 14개인데 머리 쪽에 가까운 곳에서 보다 질 좋은 젖이 나온단다. 한꺼번에 새끼를 여러 마리 낳으면 약한 놈에게 제일 좋은 위쪽 젖꼭지를 물리고 건강하게 태어난 놈은 아래쪽을 물린다. 그리고 그 순서가 한번 정해지면 바뀌지 않는단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크기가 들쭉날쭉했던 놈들이 점점 고르게 자란다. 인간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은가. 이게 홍익인간의 정신이다. 이걸 오천 년 전 조상이 이미 깨쳤다. 공영의 길이 어디 있는지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지금 벌이고 있는 나눔 운동의 일환인 '감사나눔신문' 제작도 이런 민족의 DNA를 일깨우기 위해 출발한 것이다. 1만부를 군·교도소 등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나누고, 감사해야만 창조고 성장이고 따라올 수 있다.

-좋은 운동인 건 알겠는데, 정말 세상 살기 힘든 사람들에게까지 '나눔'과 '감사'를 요구할 수는 없지 않을까.
▲뭐든 1만번을 하면 습관이 된다고 한다. 1만번의 법칙은 서양에서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다. 미생물에게도 나쁜 말을 하면 부패하고 좋은 말(감사)을 하면 발효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더 이상 미신이 아니고 긍정적인 마음에 그런 힘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변화는 긍정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사회적으로도 인식하고 집단 간의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감사도 나눔도 습관이다. 나눔의 개념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경제적인 나눔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지식을 나누는 것이다. 쉽게 말해 물고기를 주기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독서토론운동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국가가 걷은 세금을 필요한 곳에 나누듯이 이러한 정신문화도 마찬가지로 곳곳에 나누어져야 한다.

-올해 특히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계획은 무엇인가.
▲지난해 감사와 나눔의 정신문화를 교도소에 전파하는 시도를 했다. 육군교도소부터 시작해 청송교도소, 포항·안양교도소까지 지금도 전개하고 있다. 정신문화 전파를 풀뿌리부터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가 매우 중요하다. 학교 구성원 하나로 가정이, 이웃이, 마을이 변한다. 학교가 바뀌면 지역공동체가 연쇄적으로 다 바뀌는 것이다. 풀뿌리 운동의 좋은 모델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청춘콘서트처럼 감사와 나눔의 '행복콘서트'를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개최하려고 준비 중이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모여 있는 구로공단, 시화·안산단지, 판교·광교테크노밸리 등 IT집단 등에도 시동을 걸었다. 중소기업이 건강해져야 고용이 살아나고 고용이 살아나야 국민이 행복해지지 않겠나. '학교-중소기업'으로 바탕을 다지는 풀뿌리 운동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혁신'의 전도사에서 '나눔'과 '감사'의 전도사로 거듭났다고 봐도 되겠는가.
▲활동에 어려움이 없지 않다. 다만 감사와 나눔을 기반으로 하는 세종의 리더십과 홍익인간의 정신문화가 우리나라, 나아가 세계 인류가 처한 인간성 상실의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수천년간 우리 민족의 피에 흐르고 있는 감사와 나눔의 DNA가 21세기에 진정 필요한 대안인데 신화로만 치부하고 너무 관심들이 없다. 제대로 연구되지 않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게 역으로 좋은 점도 있다. 위에서 관심이 없으니 풀뿌리에는 오히려 자극이 되기도 한다. 그 정신을 복원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큰 보람이겠다. 스스로 기한을 뒀다. 2019년 3월까지다. 1919년 3월1일 대한민국이 건국을 만천하에 공표했다. 건국 100주년까지 그 찬란한 건국정신을 복원하는 것, 그게 꿈이다.

◆프로필
1967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1995~1998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1999~2004년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2004~2005년 삼성인력개발원 원장
2005~2008년 삼성 SDI 상담역
2008~2010년 (주)농심 대표이사 회장
2012.09~ 서울대 융합기술원 WCCP 주임교수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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