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환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의 신간 '넥스트 리더십'
한국과 독일은 전쟁과 분단이라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경제 부흥을 일으켰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점도 같다. 한국이 통일이 되면 인구나 영토 등의 규모에서도 독일과 비슷해진다. 하지만 유사한 정치·경제적 여건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현재 두 나라의 모습은 차이가 크다. 유럽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독일은 가장 탄탄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사회 양극화와 경제민주화, 통일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저자가 꼽은 이들 총리들의 성공요인은 여러가지다. 우선 제1대 콘라드 아네아워 총리에서부터 지금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 단 한 명도 일가친척이 부패나 부정에 연루된 적이 없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친인척 및 측근 비리로 번번이 곤혹을 치르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또 우파와 좌파를 대표하는 정당인 기독민주당(기민당)과 사회민주당(사민당)이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양당이 내건 슬로건은 '자유, 정의, 연대'다. 물론 이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론은 크고 작은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독일 정당들은 공통의 가치를 토대로 연합정치를 실천해왔다. 탈냉전 정책인 '동방 정책'이 정권을 초월해 계승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나라 공동체를 우선으로 생각했고, 깨끗하고, 권력을 나눌 줄 알고, 아래로부터 차근차근 리더십을 발휘해 올라온 철저한 현실주의자들"이라는 것이 역대 독일 총리들에 대해 저자가 내린 결론이다. 특히 4대 총리인 빌리 브란트가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의 전쟁희생자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역사적인 장면으로 나치 독일의 이미지를 바꾼 일화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그는 한국의 인권에도 관심이 높아 1970년대 중반 '김대중 구명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감사의 표시로 브란트에게 붓글씨 액자를 선물로 보냈는데, 액자에 쓰인 글씨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군자는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만 달라야 할 때는 다르다)'이었다.
지난 해 미국이 각국 지도자들을 도청했다는 기사가 나가자 메르켈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 직접 전화를 걸어 따지고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았다. 다음 날에는 독일과 미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방 국가라고 강조했다. 당장 정상회담을 취소하고 나선 브라질이나 침묵한 대한민국과는 비교되는 대처법이다. 저자는 한국의 지도자들도 이제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라의 대의에는 용감하지만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용기,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할 수 있는 용기, 강대국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말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열정은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반면에 객관성과 책임윤리는 허약한 측면이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균형 감각을 상실했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실천하지도 않았고 허용하는 문화를 만들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소명의 정치 리더십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넥스트 리더십 / 김택환 지음 / 메디치 / 1만5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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