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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영화]이토록 매력적인 사기꾼들…'아메리칸 허슬'

최종수정 2014.02.24 07:00 기사입력 2014.0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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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10개 부분 후보에 올라..1970년대 앱스캠 스캔들 소재로 해

[주말엔 영화]이토록 매력적인 사기꾼들…'아메리칸 허슬'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어느 정도는 실화임(Some of this actually happened).'
영화가 시작되면 '어느 정도는 실화'라는 애매한 자막이 소개된다. 마치 진짜와 가짜, 참과 거짓의 경계에서 줄타기하고 있는 이 작품 속 주인공들에 대해 미리 귀띔해주고 있는듯 하다. 실제로 영화는 1970년대 있었던 앱스캠 스캔들을 어느 정도 참고로 하고 있다. FBI수사관이 사기꾼과 함께 함정 수사를 벌여 연방의회 의원과 공직자의 비리를 적발한 사건으로, 데이빗 O. 러셀 감독은 "이 주인공들에게도 진심과 감정이 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이 한 판 사기극의 축이 되는 인물은 '어빙 로젠필드'다. 능청스럽고 여유만만한 말투와 언변, 불룩 나온 배와 듬성듬성한 머리숱에도 흘러넘치는 자신감, 사기를 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이지만 자신의 분수 또한 잘 알고 있는 판단력 또한 두루 갖춘 인물이다. '어빙'이 대머리를 숨기기 위해 정수리에 가발을 붙이고, 상대적으로 긴 옆머리를 위로 올리는 첫 장면에서 아마 많은 관객들이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우리가 '다크 나이트' 시리즈를 보며 감탄했던 그 크리스찬 베일이 20kg이나 더 살을 찌우고, 혼신의 대머리 연기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도 크리스찬 베일이 나왔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그의 변신은 완벽하다.
어빙의 사기극이 시너지를 얻게 된 것은 '시드니 프로서'를 만나면서부터다. 재즈 피아니스트 듀크 엘링턴이 세상을 떠난 1974년 이 둘은 처음 만났고, 한 눈에 서로 성격과 취향, 가치관이 통하는 사이란 것을 알아본다. 에이미 아담스가 연기한 '시드니'는 줄곧 가슴이 깊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면서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이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보여주는 '세탁소 로맨스' 장면은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개성을 마음껏 자랑한다. 에이미 아담스는 이 영화로 지난 달 열린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이고, 다음 달 열릴 아카데미 수상도 노리고 있다.

[주말엔 영화]이토록 매력적인 사기꾼들…'아메리칸 허슬'

하지만 '어빙'과 '시드니'의 사랑은 순탄치만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어빙이 아내와 아들이 있는 유부남이라는 점. 특히나 그 아내되는 사람이 조울증에 애정결핍, 대인기피증까지 가지고 있는 괴팍한 인물이라면? 최근 할리우드의 '대세' 배우 제니퍼 로렌스가 어빙의 아내 '로잘린 로젠필드'를 연기했다. 어빙마저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신의 아내 로잘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특히 로잘린의 막무가내식 괴변을 듣고 있노라면 이 트러블메이커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제니퍼 로렌스는 이 영화에서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통통 튄다.

그리고 이 사기극의 판을 키우는 인물은 FBI요원 '리치 디마소'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데이빗 O. 러셀 감독과 제니퍼 로렌스와 호흡을 맞췄던 브래들리 쿠퍼가 의욕에 넘치고 야망에 찬 FBI요원 역을 맡았다. 리치는 크게 한 건을 하기 위해 자신의 범죄소탕 작전에 시드니와 어빙을 끌어들이고, 여기에 순진한 정치가 '카마인(제레미 레너)'은 물론이고 진짜 마피아까지 걸려들면서 사건은 복잡하게 꼬여 간다. 게다가 리치는 매력적인 여인 시드니를 좋아하게 돼 어빙과 삼각구도도 형성한다.
"사람은 사기를 쳐서 목적을 이룬다"는 대사처럼 이 진흙탕 사기극은 사기의 사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예측할 수없는 결말을 선사한다. 두 명의 사기꾼, 사기꾼인 척 하는 경찰, 사기극에 걸려드는 또 다른 사기꾼, 그리고 예상 밖의 복병 등 '아메리칸 허슬'은 제대로 된 '사기 앙상블'을 선보이며 미국 사회를 풍자한다. 그러면서도 '진짜로 살고 싶다'는 이들의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게 만든 것은 감독과 배우의 힘이다. 영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폴 매카트니, 톰 존스, 듀크 엘링턴 등의 노래는 1970년대 분위기를 잘 살려낸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녀 주연상, 남녀 조연상 등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현재 상영중.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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