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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본소설 한편에, 출판사 4곳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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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책 시장의 몸부림...출판가의 흥행업기, 서글픈 과열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미국 노예 해방의 도화선이 된 작품으로 평가받는 솔로몬 노섭의 자전적 소설 '노예 12년(Twelve Years a Slave)'은 최근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큰 관심을 받게 됐다. 여기에 우리 출판계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새잎출판사, 펭귄클래식, 열린책들, 글항아리 등 출판사 4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 책의 번역본을 내놓은 상태다. 이 책이 1853년 출간돼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출판사들은 이달 말 영화가 개봉하면 도서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봉 실적에 따라 또 다른 번역본이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KBS에서 반영되고 있는 사극 '정도전'도 출판계가 주목하는 콘텐츠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각 서점에서는 '정도전 코너'를 따로 선보이고 있다. 민음사의 소설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책이있는마을의 '정도전', 이북이십사의 '정도전과 조선건국사', 인문서원의 '정도전' 등 수십종의 정도전 관련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1997년 출간돼 정도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켰던 휴머니스트의 학술서 '정도전을 위한 변명'은 아예 재출간됐을 정도다.
출판계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일회성 특수'를 노리려는 출판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우선은 대중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찾아 베스트셀러로 만들어놓고 보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의 영상물 의존도도 심화되고 있다. 인기 영화나 드라마와 관련된 소재는 독자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영화 '위대한 개츠비'가 개봉하자 각 출판사마다 50% 할인, 끼워팔기, 원플러스원 등의 판촉행사를 벌여 베스트셀러 10위권에 각기 다른 판본의 '위대한 개츠비'가 세 권이나 오르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아예 도서 분류를 편법으로 등록해 '파격 할인'으로 독자들을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에서는 18개월 미만 도서에 대해서는 할인율을 10%로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단 18개월이 지난 구간 도서와 실용서, 초등 학습참고서는 제외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실용서가 아닌 책들까지 실용서로 둔갑해 할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 출간돼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다윗과 골리앗'의 정가는 1만7000원이지만 온라인에서 구매하면 최대 5000원이 넘게 할인받을 수 있다. 제휴카드 혜택까지 받으면 가격은 9000원대로 떨어진다. '아웃라이어', '티핑포인트'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그의 책은 경제경영서가 아닌 실용서로 분류됐기 때문에 도서정가제를 피해갔다. 최근 감성 여행에세이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진입한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역시 실용서로 분류돼 현재 30% 가량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소설인 셜록 홈스, 위대한 개츠비, 레미제라블까지 실용서로 둔갑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은 결국 출판 시장을 왜곡시켜 신간 서적의 감소, 도서정가제의 무력화, 베스트셀러 중심의 판매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들의 몫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일단 처음에 공격적으로 가격 할인을 통해서라도 베스트셀러에 진입시켜 놓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얼마든지 본전을 찾을 수 있다. 독자들이 베스트셀러를 기준으로 책을 고르기 때문"이라며 "완전한 도서정가제 실행과 출판사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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