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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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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에서 연아가 조심해야 할 10대 3인방… 아사다 마오보다 무섭다

김연아(24)의 표현대로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24·일본)는 “징한” 존재다. 2004년 주니어 시절 만난 이후 두 사람은 10년 넘게 여왕 자리를 다투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김연아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다퉈야 할 상대는 아사다가 아니라 10대 소녀일지 모른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는 가장 만만치 않은 상대다. 리프니츠카야는 지난 18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끝난 2014 유럽피겨선수권에서 대회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선 아사다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는 김연아와 같은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를 뛰고, 스핀이 아름답고 빠르다.
리프니츠카야의 동료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세·러시아)도 주목해야 한다. 러시아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앞두고 러시아 출신 신예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들이 김연아의 ‘금빛 엔딩’을 가로막을 수 있을까.
▶쉰들러리스트의 빨간코트 소녀=리프니츠카야는 처음 출전한 유럽선수권에서 209.72점으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 4위다. 1(228.56점·2010 밴쿠버 올림픽), 2(218.31점·2013 세계선수권), 3(210.03점·2009 그랑프리 1차)위 기록은 모두 김연아가 썼다. 아사다(개인최고점 207.59점·2013년 NHK트로피)는 벌써 제쳤다.
리프니츠카야는 작품 선택부터 남달랐다. 이번 시즌 프리 프로그램은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영화 ‘쉰들러리스트’의 주제곡이다. 아름답지만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이다. 10대 선수들이 보통 선율이 고운 클래식이나 발랄한 음악을 택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빨간색 프리 의상에도 사연이 있다. AP통신은 “리프니츠카야의 의상은 영화 속 빨간 코트를 입은 어린 소녀를 떠올린다. 빨간 코트는 흑백 영화인 쉰들러리스트에서 거의 유일한 컬러”라고 설명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당원이자 기업가였던 오스카 쉰들러는 이 소녀의 죽음을 목격한 뒤 유대인을 구해내기로 결심한다. 심판진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유럽 출신들에게 ‘쉰들러리스트’는 인상적인 작품일 수 있다.
리프니츠카야의 특징은 독창적인 스핀이다. 유럽선수권 당시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홈페이지를 통해 “어렵고 빠른 스핀”이라고 평가했고, AP는 “(프리 프로그램)엔딩 스핀이 무척 빨라 리프니츠카야의 모습이 잠시 흐릿해 졌다”고 전했다. 관중은 한 다리를 머리 위로 들어올린 채 팽이처럼 회전하는 그를 보며 모두 일어서 환호했다.
'비엘만'(한쪽 다리를 머리 위로 들어올려 도는 스핀)을 변형한 동작도 인상적이다. 허리를 뒤로 젖혀 도는 '레이백' 스핀의 마지막 자세에서 그는 오른쪽 다리를 빙판과 수직이 되게 들어올리고 등과 머리를 뒤로 동그랗게 만 뒤 두 손으로 오른 발목을 잡고 빠르게 돌았다. 이 스핀은 리듬체조의 ‘백스플릿턴’과 같은 동작으로 상당한 유연성이 요구된다. 리프니츠카야는 스핀에서 기본 점수의 절반에 가까운 최고 1.5점의 가산점을 챙겼다.
▶기대주, 그러나 아직은 풋내기= 리프니츠카야에 잠시 가렸지만 소트니코바는 어린시절부터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주니어 때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었고, 동갑내기 라이벌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8·러시아)와 함께 피겨 신동으로 불렸다. 유럽선수권보다 앞서 열린 러시아 국내선수권대회에선 소트니코바가 리프니츠카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그레이시 골드(19) 역시 지난 12일 끝난 전미선수권대회에서 211.69점으로 우승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자국대회라 점수가 후하다는 평가지만, ‘피겨 전설’ 미셸 콴(34·미국)은 “기술적으로 김연아에 비교할만 하다”며 골드를 높이 샀다.
그러나 신예들에게도 과제는 많다. 경험이 부족한 탓에 실전에서 실수가 잦다. 리프니츠카야는 그랑프리 파이널과 유럽선수권에서 띈 네 번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점프에서 모두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날 사용) 판정을 받았다. 소트니코바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10.10점)보다 기본점수가 1점이 더 높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를 시도했지만 역시 스케이트 날을 잘못 사용했다.
더구나 작품을 이해하고 이를 표현하는 능력은 노련한 선수들을 따라가기 어렵다. 기술점수(TES)가 대등해도 예술성을 평가하는 프로그램구성점수(PCS)에서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대회 이전에도 메이저 무대에 여러 번 섰다. 대회 세계선수권(2009년)에서 우승해 자신감도 끌어올렸다. 세계 무대 경험이 부족한 신예들에게 올림픽은 엄청난 부담일 수 있다. 그러므로 아사다는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올림픽은 이변의 무대. 무섭게 치고 오는 10대들을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손애성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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