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타마우마라족과 미국 마라톤 선수들이 겨루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경기에 참가한 스콧 쥬렉도 그 후 'Eat & Run 호모 러너스'라는 책을 써냈다. 쥬렉은 세계 최고의 울트라마라토너로 24시간에 266.6 km를 달린 기록을 갖고 있다. 하루 동안 풀마라톤 여섯 번, 하프 한 번 뛴 것이다. 타임지 인터뷰에서 마라톤 하나 뛰는 건 식은죽 먹기 아니냐고 묻자 쥬렉은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동네 한 바퀴 도는 것도 힘들 때가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내가 아는 울트라마라토너는 가끔 마라톤보다 5km를 뛰는 게 더 힘겹다고 한다.
그때 유일하게 다른 얘길 해준 선배가 있었다. 애 낳는 것은 참을성 많은 자기도 상당히 견디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진통 간격 때마다 이게 언제 끝나나 하지 말고 다음엔 더 심한 고통이 오는구나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 했다. 선배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되었다. 진통이 규칙적으로 시작되어 병원에 도착한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애가 나왔다. 애가 나왔는 데도 나는 여전히 그 선배의 말대로 더 큰 진통이 올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애가 스르르 나온 것도 모른 채.
작년 이맘때 치아교정을 시작했다. 원래 앞니 때문에 상담받다가 의사가 들쭉날쭉한 아랫니를 먼저 고쳐야된다고 해서 아랫니부터 시작했다. 7~8개월 걸린다면서 추석 쯤엔 끝나지 않겠냐 했다. 추석은커녕 지금도 아랫니에 교정기를 끼고 있고 며칠 전에야 윗니를 시작했다. 다시 얼마나 걸릴지 물어보니 "글쎄요, 추석까진 해야겠죠" 그랬다. 급기야 앞니 교정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꼭 기간이 늘어서만이 아니라 교정하는 과정에서 의사가 교정으로 생길 수 있는 힘든 점에 대해 제대로 얘기해 준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2~3년 걸릴 거라 하고 실제 어떤 불편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줬더라면 포기할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새해 결심이 결실을 맺으려면 그 흔한 작심삼일조차 얼마나 어려운지 직시해야겠다. 365일이라는 울트라마라톤에서 삼일이라는 5km를 제대로 달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김소영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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