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만난 강남구청 소속 4급 공무원 이모씨의 한탄이었다. 전임 구청장의 측근이었다는 이유로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원치않는 파견 근무를 당했고, 2013년 3월 이후엔 아예 10개월 간 구청에서 아무런 일거리도 주지 않고 심지어 사무실 책상도 안 주는 바람에 막대한 심적 고통을 받았다는 하소연이었다. 이씨가 신세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이라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해당 구청장은 물론 동료ㆍ후배들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됐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구청을 비롯한 공직 사회의 인사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본인의 동의 없이 전출을 당했다가 인사 소청에서 승소해 복귀했지만 강남구청은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다. 또 사실상 유고 또는 업무 불가능 상태가 아닌 이씨에게 자리를 주지 않고 후배 과장을 직무대리로 앉혀 놓은 것도 인사 규정에 맞지 않는다. 감사원에서조차 이씨의 사태를 잘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강남구청 공무원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10개월 동안 침묵하고 있었다는 점도 놀랍다. 이씨가 은퇴를 얼마 안 남겼고, 그동안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일찍 은퇴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그걸로는 이들의 침묵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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