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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정치혐오…홍콩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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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홍콩서 3900명 해외이민...1997년 이후 최대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1997년 직전까지 수천명의 홍콩인들이 해외 이민길에 올랐다. 영국령이던 홍콩이 중국의 지배를 받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홍콩의 중국 반환 후 15년이 지난 최근, 많은 사람들이 다시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홍콩 정부의 공식 자료를 인용, 올해 상반기 홍콩에서 3900명이 해외로 이주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늘어난 것이다. 수천명의 홍콩 거주자들이 한꺼번에 홍콩을 떠나 캐나다 등지로 삶의 터전을 옮긴 1997년 이후 최대 규모다.
홍콩 소재 이민컨설팅업체인 오스칸 비자이주(Auscan Visa Migration)의 상담사인 셜리 렁(Shirley Leung)은 “홍콩의 이민자가 지난해보다 두 배나 늘었다”고 전했다.

홍콩에서 이민이 유행처럼 번진 것은 경제와 정치에 대한 불만 이다. 지난 6월 캐나다 이민을 신청한 보비 찬(Bobby Chan·46)씨는 “사회·정치 분위기에 대한 걱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홍콩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와 베이징식 애국교육을 실시하려는 정부 정책을 둘러싸고 여론이 갈라졌다. 여기에 지난해 취임한 홍콩의 최고 수장 런춘잉(梁振英) 행정장관이 여러 건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측근이 대거 사임하면서 홍콩 시민들의 정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찬씨는 “홍콩 정치권은 지금 엉망진창”이라며 “나의 아이들을 이런 환경에서 키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12살과 13살의 두 딸을 둔 찬씨는 어릴 적 캐나다에서 공부했다. 그는 “캐나다는 미국보다 안전하고 총도 없다”고 캐나다 이민 배경을 설명했다.
생활수준이 악화된 것도 이민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다. 홍콩 경제는 지난 일 년간 3% 성장했다. 실업률도 3% 아래로 유지되고 있다.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안정적인 경제상황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일자리는 저임금 서비스 직종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세계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부동산은 홍콩 시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홍콩의 주택가격은 2008년 이후 두 배나 올랐다. 높은 집값 때문에 홍콩 시민들이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시티은행의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다. 홍콩의 60.38㎡ 아파트 가격은 100만달러(11억2000만원)에 달한다. 홍콩에서 소형 아파트를 팔아도 다른 나라에서 상당한 크기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홍콩 정부는 지난 일 년간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 끝에 최근 오름세가 멈췄다. 시장에선 내년부터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홍콩에선 7600명이 해외 이민을 단행했고, 대부분이 미국과 호주, 캐나다로 향했다. 이들 이민자는 특히 여름에 집중적으로 홍콩을 떠났다. 해외 휴가에서 돌아온 뒤 복잡한 거리와 학비 인상 등 팍팍한 현실에 직면하고 이민을 결심했다는 분석이다. 홍콩 국제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도 이민을 부추기고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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