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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레임덕과 물가의 찝찝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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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레임덕과 물가의 찝찝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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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불구가 된 오리'. 기분 좋지 않은 어감이다. 레임덕(Lame Duck)의 뜻이다.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대통령의 권력집중도가 빠르게 약화됨을 지칭한다. 지난 달 19일 제 19대 대통령을 선출하고 2월 25일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은 레임덕의 중심에 있다.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대통령 집권 4년차만 되면 어김없이 돌림병처럼 번지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대통령선거 이후 서민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과 공공요금을 중심으로 가격인상 움직임이 있다. 부당·편승 가격인상에는 엄정 대응하겠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달 던진 경고다. 권력 이양기를 틈탄 얌체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체들이 벌벌 떨던 경제 수장의 말도 지금은 말발이 안 먹힌다. 가공식품과 공공요금은 '텍사스 소떼'가 밀려오듯 줄줄이 도미노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당장 대선이 끝난 직후 소비자 식탁에 자주 올라가는 가공식품과 기호식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대선직후인 20일 두부·콩나물·식용유·조미료·양념류를 올렸던 CJ제일제당은 29일엔 밀가루, 지난 11일에는 장류 가격을 올렸다. 역시 선거 다음날 하이트진로가 소주가격을 올렸고 BAT도 최근 담배가격을 인상했다. 라면 값도 올랐고 과자 값도 인상에 동참했다.
동아원과 대한제분, 대상도 각각 주력식품인 밀가루와 장류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 예정이다. 대상은 포장김치 역시 인상키로 업체에 공문을 보냈다. 장바구니 바로미터 물가들이 서로 짠 듯이 가격인상 카드를 들이민 것이다.

선거 직후가 아닌 집권 5년차에 들어간 지난해 초부터 왠만한 식품업체들의 주력식품 가격은 대부분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쯤 되면 레임덕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체감온도는 거의 데드덕(Dead Duck)수준이다.

업체들의 항변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물가도 오르고 원자재 가격도 상승했다. 밑지고 장사할 수 없는 노릇이냐는 하소연도 맞는 말이다. 가격 압력의 칼날에 올렸던 가격을 다시 내리기도 했다. 올릴 때 못 올렸다는 얘기다.

지금은 고삐가 풀렸다. 가격에 휘둘렀던 칼날은 칼자루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 업체들이 '이때다'를 외칠 수밖에 없는 분위기인 셈이다.

새롭게 다가올 미래 권력에서 눈칫밥 먹느니 '지는'권력에 물방망이 제재를 받는 것이 더 나을테니 말이다.

문제는 서민들의 시름이다. 업체의 이기심에 던져진 물가인상 폭탄은 가계부 폭탄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아파트값이 폭등하면서 빈부 격차가 확산되고 내수가 침체되자 식당을 하는 소상인들이 솥뚜껑을 들고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조만간 서민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시위하기 전에 정부는 정권 말이라고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편법, 불법 가격인상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인상시기도 분산시켜 물가 충격을 덜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꼴뚜기가 뛴다고 망둥이가 뛰는 것까지 허용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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