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네임씨어터컴퍼니는 '쓰릴미' 등으로 잘 알려진 공연제작사 뮤지컬해븐이 2010년 창단한 극단이다. 한해영 노네임씨어터컴퍼니 대표 역시 2006년부터 뮤지컬해븐에서 프로듀서로 뮤지컬을 맡아 왔다. 배우 김무열을 스타로 키워낸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도 한 대표가 맡았던 작품이었다. "원래 뮤지컬해븐에서도 연극을 공연할 계획이 있었지만 뮤지컬 작품들에 밀려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다. 대극장공연이라도 한 번 열리면 회사의 인원과 에너지가 그 쪽으로 쏟아지게 마련이니까. 제대로 집중해서 레퍼토리를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극단을 따로 꾸리게 됐다."
2007년 국내 초연 당시에는 배우 최민식이 주인공을 맡아 꽤 화제가 됐다. 그러나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공연은 규모도 훨씬 작고 스타의 출연도 없었다. "'필로우맨'은 객석이 100석밖에 안 된다. 전회 공연이 다 매진돼도 관객은 4000명 규모다. 처음 할 때 이 연극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4000명이 안 된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다행히도 공연은 놀라운 성공을 기록했다. 초대권도 없이 전석을 정가 그대로 판매한 공연에 매 회 매진사례가 이어졌다. "공연을 오픈하고 딱 일주일 후 직원에게 매진이라고 전화가 오더라. 공연장으로 달려가 만원사례 기념으로 천 원씩 넣은 봉투를 관객들에게 돌렸다. 나랑 변정주 연출 둘이서 100장 봉투에 감사인사를 다 썼다." 공연을 몇 번이고 되풀이 보는 관객도 있었다. "한 학생 관객분은 15번을 거듭해 봤다." '필로우맨'의 성공은 한 대표에게 용기를 줬다. "유명한 배우 한 명 없이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되는구나 싶은 자신감이 생겼다."
평소에 어떻게 작품을 선택하는지,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망설임 없는 답변이 돌아온다. "평소에 자료 조사를 많이 하고, 리뷰도 하나의 기준이 된다. 뉴욕이나 런던 시장은 꾸준히 관심을 갖고 본다. 지난해에는 1년간 뉴욕에 머물면서 내내 연극과 대본만 계속 봤다. 극단이 자리잡힌 후에는 창작극을 직접 제작할 계획도 물론 있다. 개인적으로는 몰리에르의 작품같은 프랑스 고전극도 좋아한다."
성공적으로 출발한 올해를 뒤로 하고 지금 노네임씨어터컴퍼니는 내년에 올릴 작품을 준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내년은 극단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검증'이 이뤄지는 한 해다. 2013년의 문을 여는 작품은 3월에 시작하는 '히스토리 보이즈'. 작품을 보면서 체크해놨던 배우들, 스탭들에게 추천받은 배우들로 비공개오디션을 통해 학생 역 8인을 전부 캐스팅했다. 가능성이 있는 배우, 신선한 배우를 뽑는 데 주력했다. "역사와 가치관에 대해 끊임없는 논쟁이 이어지는 극이라 실제로 논쟁을 하지 못하면 연기를 할 수 없다. 12월 3주간 열리는 워크숍은 프랑스어와 음악, 연기까지 훈련과 공부를 진행하는 학교가 될 거다."
내년뿐만이 아니라 더 먼 미래에 대해서 한 대표는 낙관했다. "사실 연극은 과도기다. 지금은 2~30대가 관객의 주류를 이루지만, 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관객층이 더 넓어져있지 않겠느냐. 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연극을 본 관객들이 머리가 희끗희끗해질 때까지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고, 그렇게 만들 거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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