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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런던에서 새 지평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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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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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년 만에 다시 밟은 런던은 한국 스포츠에 ‘약속의 땅’이었다.

한국은 1948년 제14회 하계올림픽에 태극기를 앞세우고 출전했다. 폐막식이 열린 현지 시간 8월 14일은 아직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지 않은 때였다. 일제 강점기 질곡의 시기에서 벗어났지만 나라의 틀이 제대로 짜여있지 않았다. 그때, 선배 체육인들은 서울-부산-후쿠오카-요코하마-홍콩-방콕-캘커타(오늘날 콜카타)-바그다드-카이로-아테네-로마-암스테르담을 거쳐 런던에 도착하는 험난한 여정에도 동메달 2개(역도 김성집, 복싱 한수안), 축구 8강, 농구 8위의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아시아 나라로는 필드하키에서 금메달을 딴 인도에 이어 2위였다.
이후 반세기를 넘겨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런던에서 다시 열린 제30회 하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와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 순위 5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금메달 수는 4년 전 베이징 대회(은 10 동 8)와 같다. 순위는 7위에서 2계단 올라선 역대 원정 대회 최고 성적이다. 1988 서울 올림픽에서는 4위(금 12 은 10 동 11)였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호주 등의 스포츠 전통 강호들은 한국의 뒤를 이었다. 일본(금 7 은 14 동 17)은 대회 초반부터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한국은 10개의 금메달이 걸린 펜싱에서 이탈리아(금 3 은 2 동 2)에 이어 2위(금 2 은 1 동 3)에 올랐다. 펜싱의 본고장인 유럽의 헝가리와 독일, 러시아 등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펜싱의 선전은 한국 스포츠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는 결과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오진혁[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오진혁[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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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15개의 금메달이 걸린 사격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로 사격 강국인 미국(금 3 동 1)과 이탈리아(금 2 은 3), 중국(금 2 은 2 동3)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떼를 쓰다시피 해 올림픽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1970년대와 비교하면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이번 대회의 경우 세부 종목으로는 권총, 선수로는 진종오와 김장미에 의존한 성적이지만 소총에서도 역대 올림픽에서 나름대로 성적을 올렸기에 진정한 사격 강국이 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2010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하계 유스 올림픽에서 배출한 11명의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김장미가 첫 번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는 사실은 종목을 막론하고 주목할 만하다. 싱가포르 대회에서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종합 순위 3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청소년들의 우의와 친선을 도모하는 대회로 대륙별 혼성 경기 등이 있어 순위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이 대회와 2014년 난징 대회 등 앞으로 있을 유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밝힐 소중한 재목들이다.

일본 남자부가 ‘노 골드’의 충격에 빠진 유도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다. 유도 유단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특별한 격려에 힘입은 러시아(금 3 은 1 동 1)와 전통의 유럽 유도 강국 프랑스(금 2 동 5)에 이어 3위를 차지, 평년작 이상을 수확했다.

양학선

양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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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박종훈이 뜀틀에서 동메달 연기를 펼친 이후 은메달 4개와 동메달 4개로 번번이 금메달 문턱에서 돌아섰던 체조는 20살 청년 양학선의 '아름다운 비행(飛行)으로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그레코로만형 66kg급의 김현우는 8년 만에 효자 종목 레슬링의 금맥을 이었다.

양궁(금 3 동 1)은 이번 대회에서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며 한국 선수단의 메달 레이스에 크게 이바지한 반면 태권도는 금메달 1개와 은메달 1개로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태권도의 세계화와 올림픽 종목 잔류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박태환이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제 몫을 다한 가운데 수영 관계자들에게는 ‘포스트 박태환’을 찾는 과제가 떨어졌다. 복싱은 라이트급의 한순철이 은메달을 획득해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노 골드’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64년 만에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룬 남자 축구는 다이아몬드보다 더 빛나는 동메달로 대회 기간 내내 새벽잠을 설친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36년 만에 메달에 도전했으나 실패한 여자 배구,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8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놀라운 투혼을 발휘한 여자 핸드볼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경보 50km의 박칠성(오른쪽에서 두번째)[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경보 50km의 박칠성(오른쪽에서 두번째)[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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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7개 종목을 포함해 총 11개 종목에서 메달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기초 종목인 육상에서 단 한 명의 결승 진출자를 배출하지 못한 건 이번 대회에서도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남자 20km 경보 금메달과 동메달, 남자 경보 50km 동메달, 여자 원반던지기 동메달을 딴 중국과 남자 해머던지기 동메달과 남자 400m 릴레이에서 5위를 차지한 일본은 한국 육상이 걸어야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북한은 역도에서 강세를 보이며 금메달 4개와 동메달 2개로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금 4 동 5)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최근 경색된 남북 관계 때문에 단일팀은커녕 개·폐회식 공동 입장 문제조차 논의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대회 막판까지 나라의 자존심을 걸고 치열한 종합 우승 다툼을 벌였다. 미국은 47개와 34개의 금메달이 걸린 육상과 수영에서 9개, 16개의 금메달을 거둬들여 금메달 46개와 은메달 29개, 동메달 29개를 수확한 중국(금 38 은 27 동 32)을 따돌리고 8년 만에 종합 우승을 되찾았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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