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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새로운 일본이 되는가?"

최종수정 2012.05.06 07:30 기사입력 2012.05.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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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와 유럽 경제의 평형이론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평행이론이라는 용어가 있다.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비슷한 운명의 패턴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경제에서도 이와 유사한 평행이론이 등장했다. 일본과 유럽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유럽의 현재 부채 위기와 1990년대 일본의 소위 '잃어버린 10년' 사이에 유사점에 주목한 바클레이스 은행의 보고서를 인용해 '유럽은 새로운 일본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유럽과 일본 두 곳 모두는 15년 가량의 편차를 두고 있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부동산 호황기가 있었다는 점, 가계 부채는 급증했으며, 국내은행들은 무분별한 대출로 인해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예대율이 치솟는 공통점을 안고 있었다.

최근 바클레이스 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의 부채 위기가 유럽의 지방은행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일본 경제의 불황이 금융기관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과정과 유사한지를 살펴봤다.

금융위기를 맞은 이후 유럽의 은행들은 대출을 줄이고, 자본 비율을 높이며, 투자은행 부분에서 위험도가 높은 거래를 줄이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그 성과는 부진하다. 이는 상당수의 유럽의 대형 금융기관들의 1분기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주 발표한 도이치뱅크는 순이익이 18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4% 줄어들었으며, 스위스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인 UBS는 올해1분기 수입이 9억11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5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바클레이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당분간은 더 고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은행들과 일본의 은행들의 주가는 놀랍도록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위기 이전만 해도 유럽과 일본의 금융기관들은 각 나라의 주식시장에서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위기를 겪은 지 6년만에 전체 시가총액의 10%로 줄어들었다. 만일 유럽의 금융기관이 일본의 금융기관의 사례와 유사한 방향으로 따라간다면 유럽의 금융기관들의 주가는 더욱 폭락할 것으로 보인다.

1993년에서 1999년 사이에 일본의 금융기관의 시가총액이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으로 줄어든 이후 일본 금융기관들은 한때 전체 주식시장에서 일본 금융기관은 불과 6%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0년대 초에 다소 회복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금융시장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율만 두고 봤을 때에는 한창때의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만약 금융위기 6년간 그랬던 것처럼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일본 금융기관들이 밟아왔던 궤적을 그대로 걷는다면 유럽 금융위기의 주식들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본과 유럽사이의 금융위기의 평형이론은 금융기관들의 주가 외에도 정부 부채에 관한 부분에서도 발견된다.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위기로 타격을 입기 전, 국채는 일본의 은행 대차대조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 수준이었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자 은행들이 위험을 낮추기 위해 민간영역에서 자금을 줄인 뒤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11년에는 일본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의 23%가 국채로 채워졌다.

유럽에서도 은행들이 보유한 정부 국채 비율이 유사하게 상승했다. 특히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의 이와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유럽중앙은행(ECU)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이라는 이름으로 최근 수개월 동안 유럽 지역의 은행들에게 약 1조달러의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줬다.

현재 유럽지역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4%가량이 정부 국채인데, 이들 은행들은 높은 금리를 주는 정부 국채를 매집하고 있다. ECU의 자금으로 고금리의 국채를 사는 이 방식은 수익이 발생하는 캐리트레이드의 하나로 볼 수 있지만, 각국들이 국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디폴트 상황에 놓일 우려 역시 안고 있는 셈이다.

바클레이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이 때문에 최근 몇몇 은행들이 LTRO를 이용해 캐리트레이드를 하는 것과 관련해, 유럽 은행들이 재무제표가 점점 일본과 유사해지고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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