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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유의 한식 프로젝트 ④ 한식에 ‘만원의 행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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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첩반상, 소박함에 담은 정성

사진 : 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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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정선 기자]지난주 경기도 이천에 다녀왔다. 쌀밥집 중 한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반찬 가짓수가 무려 스물 세 가지였다. 그 옆 새로 오픈하는 쌀밥집은 ‘오픈기념 반찬 27종’이라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누구든 만 원이면 임금님 수랏상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 전통상차림은 밥과 반찬을 한상에 격식 있게 차려낸다. 신분이나 집안에 따라 찬의 가짓수를 달리하는데 3첩 반상에서 12첩 이상 상차림이 차려진다.
선조들이 반상차림을 이어온 이유 중 하나는 ‘주식과 부식의 건강한 조화’일 것이다. 주식인 쌀을 기본으로 채소와 육류, 생선 등 부식의 맛과 영양의 궁합을 위함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네 한식이 질보다는 양에 더 비중을 두는 것 같다.

필자가 요리를 하면서 중점 두는 작업 중 하나가 식재료 연구다. 거창하게 말해 연구이고,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다니는 일이다. 다녀보니, 지역마다 다양한 향토음식과 식재료가 발달해있음에 많이 놀란다. 평야 지역에서는 곡물, 산간지방에는 산나물과 버섯, 감자 등, 바닷가에서는 다양한 어패류와 해산물이 있다. 각기 다른 식재료와 조리법이 어우러져 반상차림이 완성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과거에 비해 교통과 물류 시스템이 좋아졌는데, 밥상에 오르는 식재료의 맛과 그 품질은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일까? 식재료의 품질이 떨어지니 재료의 맛을 살려야 할 반찬의 맛이 점점 강한 양념 맛에 의존하게 되고, 품질에 자신할 수 없으니 양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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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식은 한 접시 위에 덩그러니 한 가지 음식을 차례로 내온다. 우리 한상차림과 서양 코스식의 서빙은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 없지만 한식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서양의 장점을 취할 필요도 있다.
상차림에는 음식을 받는 입장과 음식을 하는 입장 차이가 있다. 보통 서양식에서 주문에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10분 이상이 소요된다. 미리 준비한 재료들 외에 즉석에서 조리해야 하는 비중이 더 높으니까 말이다.

반면, 현재 한식집들은 미리 만들어 놓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생선까지도 미리 구워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패스트푸드와 차이점이 없다.

한식이 세계에서 슬로우푸드나 건강식으로 인정받는 진정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단순히 음식을 빨리 내서 음식점의 회전률을 높이기 위한 반상차림이 우리의 전통 상차림은 아니었을 것이다. 3첩 반상이라도 쌀밥과 함께 할 맛있는 찬만 있다면, 27첩 반상이 그립지 않을 것이다.


글_ 토니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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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유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쿠아 레스토랑' 등을 거쳐 현재 청담동 한식 레스토랑 'D6'에서 총괄 셰프를 지내고 현재 자신의 레스토랑을 준비 중이다. 2011 농림수산식품부 ‘미(米)라클 프로젝트 멘토 셰프로도 활동 중이다.





채정선 기자 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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