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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아이들, 문 닫는 학교..희망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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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졸업식]강원도 폐교예정 분교 르포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조제분교의 올해 졸업생은 단 1명뿐이다. 박지연(13)양이 그 주인공이다. 지연이를 마지막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 김삿갓면에는 아이들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흥겨운 마을잔치로 기억되던 시골 학교의 졸업식이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는 고별식장으로 변한 것이다. 1인 졸업식을 끝으로 마을은 생기를 잃고 있었다. 졸업생이 2~3명 밖에 되지 않는 다른 마을들의 불안감은 더욱 깊어만 간다. 도시가 '알몸 졸업식'으로 홍역을 앓는 사이 '1인 졸업식'이 열리는 마을들을 본지 기자들이 찾아가봤다. '1인 졸업식'을 통해 마을이 쓰러져가는 이유를 찾아보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희망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늘부터 3부작으로 소개한다.

1933년 개교한 강원도 강릉 옥계면 남양리 옥계초등학교 남양분교는 지난 11일 마지막 졸업식을 끝으로 78년 역사를 고스란히 남겨둔 채 폐교됐다. 한 때 졸업생이 50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피해가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사진 왼쪽은 남양분교가 남양국민학교이던 1958년 9회 졸업식 모습. 오른쪽은 올해 남양분교 유일한 졸업생이자 마지막 졸업생인 김남석 군.

1933년 개교한 강원도 강릉 옥계면 남양리 옥계초등학교 남양분교는 지난 11일 마지막 졸업식을 끝으로 78년 역사를 고스란히 남겨둔 채 폐교됐다. 한 때 졸업생이 50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정부의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을 피해가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사진 왼쪽은 남양분교가 남양국민학교이던 1958년 9회 졸업식 모습. 오른쪽은 올해 남양분교 유일한 졸업생이자 마지막 졸업생인 김남석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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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졸업생은 한 명 뿐?..산골마을 '희망의 보루' 무너진다

영동지역에 100년 만의 최대 폭설이 몰아친 지난 11일 오전 10시, 강원도 강릉의 산골마을 옥계면 현내리에 위치한 옥계초등학교 강당에서 2011학년도 졸업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아쉽고도 설레는 표정으로 졸업장 수여식을 기다리던 졸업생 20명 사이에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김남석(13)군이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섞여있었다. 남석이가 어색했던 건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옥계초교에 가 본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근처 남양리에 있는 옥계초교 남양분교에서 6년 동안 공부했다. 남석이가 다닌 남양분교는 이번 졸업식을 끝으로 개교 78년 만에 문을 닫는다. 남양분교에서 공부하던 학생은 남석이를 포함해 모두 4명 뿐이었다. 한 때 졸업생이 50명에 달했던 남양분교의 마지막 '나홀로 졸업식' 주인공이 남석이인 것이다.
강릉시 교육지원청은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해 교육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교육과학기술부 방침에 따라 주민 공청회를 열어 최근 남양분교의 폐교를 결정했다. 남석이는 모교가 수 십 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쑥스럽게 웃기만 했다. 수 년 동안 친부모처럼 돌봐준 홍두표 담임교사와의 추억이 함께 사라져버린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았다.

옥계중학교 특수학급에서 공부하게 된 남석이 걱정만으로도 마음이 무거울 홍 교사는 동시에 몰려오는 또 다른 걱정에 다시 한 번 마음이 짓눌린다. 학교가 사라지는 마을이 자칫 무너져버리진 않을까 싶어서다. 홍 교사는 "농촌 소규모 학교는 단순히 아이들에게 수업만 해주는 곳이 아니다"라면서 "지역사회의 따뜻한 생활공간이자 교육의 장"이라고 했다. 그는 또 "학부모들은 그나마 걸어서 보낼 수 있는 학교가 있어서 시골에 머무는 것"이라며 "학교가 사라지고 통폐합되면 교육문제에 따른 출향이 많아지고 도시편중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의 머릿속엔 '사라지는 학교=몰락하는 마을'이란 등식이 계속 떠올랐다.

영월군 하동면 옥동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박지연(13) 양의 '초등학교 추억'도 이 날 이후 박제가 될 처지다. 지연이가 다닌 김삿갓면 내리 조제분교 역시 이번 졸업식 직후 문을 닫는다. 개교 뒤 67년 만이다. 가구가 13호 밖에 없을 정도로 작은 이 마을에서 조제분교까지 없어지면 마을은 사실상 기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조제분교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김정희(53ㆍ여)씨는 "들어올 아이들이 없는데 어떻게 학교가 유지되겠느냐"며 아쉬워했다.

구제역 파동으로 지역 명물 한우를 3분의 2가량 땅 속에 묻어버린 횡성에서도 '나홀로 졸업식'이 열렸다. 횡성군 강림면 강림초교 졸업식에 참석한 이동현(13) 군이 주인공이다. 동현이는 부곡리에 있는 강림초교 부곡분교에서 초등교육을 마쳤다.

50대 이장님이 막내일 만큼 늙어버린 이 마을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부곡분교도 '통폐합' 흐름을 피해갈 순 없었다. 1970년~1980년대까지만 해도 보통 80명 가까운 졸업생을 배출하던 학교다. 올해로 개교 65년이 됐다. 1974년에 부곡분교를 졸업한 주민 김현진(70ㆍ남)씨는 "부곡분교마저 폐교되면 이 마을 분교 3개가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이 마을에선 50대면 막내다. 70%는 완전한 노인, 30%는 40~50대"라면서 "아이들이 없다"고 허탈해했다.

강원도에선 남양분교와 조제분교, 부곡분교, 삼척 하장초등학교 갈전분교, 영월 마차초등학교 문곡분교 등 다섯 곳이 올해 문을 닫고 통폐합 된다. 학교 갈 아이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학교마저 없어져버린 마을이 점점 더 황폐해지진 않을까 걱정이다.

마을엔 사람이 필요하고 사람은 학교가 필요하다. 학교는 얼마 안 되는 아이들을 지키고 떠나간 사람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희망의 보루'다. 학교를 잃은 사람들은 마지막 졸업식과 함께 보루가 무너져버렸다고 입을 모은다. 특별취재팀=김효진ㆍ김도형 기자, 김현희ㆍ박은희ㆍ오주연ㆍ이민아ㆍ정준영ㆍ조목인 ㆍ조유진 인턴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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