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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중 '꿈틀학교' 사람의 도리를 가르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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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아닌 꿈을 키우는 멘토 초청강연 열기

[아시아경제 황석연 기자, 이상미 기자] 매주 목요일 오후 3시30분. 서울 풍성중학교(교장 박경전)는 어김없이 '도시 속 대안학교'로 탈바꿈한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의 입에 지식을 떠먹여주는 그런 흔한 학교가 아니다. 꿈을 심어주는 새로운 방과후 학교의 이름. 바로 꿈을 만들고 뜻을 세우는 '꿈틀학교'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은 풍납중학교와 풍성중학교의 학생을 한 곳으로 모으고 나머지 한 학교는 서울 아이들을 위한 '서울 인성교육 지원센터'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꿈틀학교 '는 요즘 서울시교육청 관내 1286개 초·중·고교의 인성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연구개발(R&D)센터로 변신을 준비 중이다. 아시아경제신문 기자들이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지난 7일 풍성중학교 꿈틀학교에서 공기택 선생님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셀프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지난 7일 풍성중학교 꿈틀학교에서 공기택 선생님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셀프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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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멘토를 만나 꿈을 키우다
'꿈틀학교'의 학생들은 말로만 듣던 멘토들과 직접 만나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낸다. 멘토(Mentor)는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혜로운 스승, 혹은 인생의 안내자를 일컫는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을 나가기 위해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 멘토에게 자신의 아들인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맡기게 된 것에서 유래했다. 멘토의 가르침을 받는 사람을 멘티(Mentee)라고 부른다.

꿈틀학교의 멘티는 관심과 배려, 사랑이 필요한 학생들이다. 다시 말해 자신만의 멘토를 가지지 못한 채 학교에서도 소외된 아이들이 대상이다. 꿈틀학교의 목적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가난 때문에 위축돼 있는 아이들,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이 '생각'을 바꾸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부터 부정에서 긍정으로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 내는 게 목표다.
애초 꿈틀학교의 멘티는 학급에서 반장, 부반장 역할을 맡은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지금 반장인 아이들만 미래의 리더가 되라는 법은 없다는 판단으로 과감하게 방향을 전환했다. 특히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인성 교육프로그램은 전무하다는 점을 고려해 멘티를 선정했다. 그리고 각 분야 최고의 멘토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미래의 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교육과정으로 편성했다.

꿈틀학교의 모토는 'Why not? I can do it' 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비전을 발견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도록 돕는다. 나아가 서로 존중하는 대인관계 능력과 리더십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 한 번도 멘토를 가져본 적이 없던 아이들이 꿈틀학교를 통해 따뜻한 관심과 배려 속에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꿈틀학교의 멘토는 누구?
꿈틀학교의 멘토는 매주 주제에 따라 바뀐다. 지난달 16일 개강식에는 '성공하는 청소년들의 7가지 습관'을 주제로 김일형 대원국제중 교장이 첫 번째 멘토가 되었다. 두 번째는 '나의 꿈과 비전 세우기'를 목표로 공기택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원이 강연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자기 이해 ▲지도자의 리더십 ▲언어와 화술 ▲세계화와 정보화 ▲함께하는 봉사 등을 주제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도움을 줄 멘토들이 대기 중이다.

이들은 모두 '꿈틀학교'의 취지에 공감해 선뜻 멘토가 되겠다고 나섰다. 대중 강연도 아니고, 아이들이 수업에 잘 집중하는 편도 아닌 데 금쪽같은 시간을 쪼개 학교를 찾아온 것이다. 그들이 꿈틀학교를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 서른 명 남짓의 멘티들을 만나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다.

△멘토와 멘티 만나다
지난 14일 오후 3시 반. 꿈틀학교 강의실에는 30여명의 아이들이 모여 들었다. 이날의 멘토로 나선 정해원 신한은행 목동지점 지점장은 청소년이 한눈에 경제를 알 수 있도록 '부자들의 자식경제교육'을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교실 분위기는 차분하면서도 활기차다. 정 선생님은 경제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인생의 성공 방정식을 알려주겠다며 칠판에 커다랗게 '(A+B)xC'라는 공식을 썼다.

그리고 "이 공식에서 A는 타고난 능력이고 B는 후천적 노력이며, 마지막 C는 바로 태도"라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를 갖는 것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경청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장래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 시작 전 박경전 교장은 오늘의 멘토에게 "아이들의 수업태도가 안 좋을 수 있다"며 미리 양해를 구했다. 첫 번째, 두 번째 강의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강의를 마친 선생님마다 "이렇게 수업태도가 좋은 아이들은 처음 봤다"고 얘기해 오히려 선생님들을 놀라게 했다. 아이들은 "이런 수업은 처음 들어봐요.", "(기분이)하늘을 찔러요." 라고 얘기할 정도로 수업을 통해 자극을 느끼고 있었다.

꿈틀학교는 단 한 개의 반으로 운영된다. 교실에 있기 싫어하는 아이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 위주로 담임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한 반(30~35명)만 만들었다. 인원이 너무 많아지면 아이들이 강사와 호흡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소수 정예 시스템 때문에 아이들은 이 수업을 특별하게 여긴다. '나를 위해서 저 사람이 열정적으로 강의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다. 전교생을 강당에 모아놓고 유명한 강사들을 초청해 강의하면 한 번의 이벤트가 되고 만다는 것이 꿈틀학교가 작은 규모를 유지하는 이유이다.

△장기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 고민해야
박 교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고, 나아가 행동을 변화시키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우선 생각부터 바꿔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8번의 강의로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자신의 틀 속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자극을 주고, 충격을 줘서 틀을 깨고 나오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풍성중에서는 현재 꿈틀학교 1기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2기, 3기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꿈틀학교의 고민도 있다. 멘토-멘티의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어렵다는 점은 꿈틀학교와 같은 단기프로그램이 가진 한계이기도 하다. 학교의 선생님, 가정의 부모님과 같이 일상 속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장기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고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황석연 기자 skyn11@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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