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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등급이 지배하는 사회

최종수정 2020.02.01 23:54 기사입력 2010.10.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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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8일은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이 있는 날이다. 입시전쟁의 서막을 알리며 온 나라가 명절 귀성전쟁 못지않게 한 바탕 난리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날을 위해 한창 놀고 싶은 나이 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로, 학원으로 내몰리며 하루 종일 책상을 떠나지 못한다. 어머니들은 수험생 자식을 위해 영양식 준비와 통학도우미를 자처하며 성당ㆍ교회ㆍ사찰로 자식을 위해 기원하는 등 지극 정성을 다한다.
왜일까? 아마도 수능시험에서 보다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함일 것이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그 결과에 따라 수험생들에게 등급이 부여된다. 상위 4% 이내이면 1등급, 11% 이내는 2등급 이런 식으로 석차 백분율에 따라 9등급으로 구분된다.

상대 평가다 보니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한다 해도 등급별로 줄이 세워질 수밖에 없다. 수능등급은 이른바 일류대학의 원하는 학과를 가기 위해서는 필수조건이 되고 이는 꼬리표로 평생을 붙어 다니게 된다.
요즘 결혼 정보회사들은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ㆍ학력에 따라 결혼 대상자를 등급별로 나눈다고 한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으면 높은 등급을 주고, 결혼 대상자의 학력ㆍ직업 등에 따라 등급을 맞춰준다는 것이다. 인륜대사인 결혼도 등급으로 결정되는 세상이 돼버린 셈이다.

최근 서민들의 가계안정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희망홀씨대출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다. 개인의 신용(CB)등급을 1등급부터 10등급까지 구분하는데 은행들이 높은 등급에만 대출을 한다는 것이다.

쇠고기는 1++에서 1+ㆍ1ㆍ2ㆍ3등급까지 다섯 단계로 나뉜다. 한우의 등급은 근육 내 지방도와 색깔이 기준이 된다. 한우의 경우 5등급으로 나눈다고 하니 사람에 대한 등급보다는 왠지 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론 사람도 한우처럼 사실상 등급에 따라 그 가치가 평가된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 한우의 1++등급은 소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만든 결과라는데 사람도 사회에서 매겨진 등급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셈이다.

어디 그뿐이랴. 요즘 아이들은 같은 단지 내에서도 아파트 평수가 비슷해야 서로 친구가 돼 어울린다는 얘기도 있고, 학원도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그 선호도가 다르고 좋은 학원이 있는 동네는 집값이나 전셋값도 비싸다고 한다. 아파트 평수와 학원이 서열ㆍ등급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아이들 이야기만큼은 그냥 호사가들의 말이려니 넘기고 싶다.

세상이 모두 등급으로 덮인 듯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등급이란 잣대를 만들어 놓고 그 틀 속에 점점 더 깊숙이 빠져 들어가는 듯하다.

우리도 모르게 이런 등급 문화를 당연시하고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문제다.

수능등급이나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인관계와 건전하고 바른 가치관, 협동심과 양보하는 마음이 훨씬 사회생활에 필요한 덕목임을 우리는 겉으로는 모두 알고 있다. 결혼 생활도 높은 등급의 신랑ㆍ신부가 더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위대한 종교는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람 자체가 진정 귀하다는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등급이라는 획일성에 지배받지 말고 보다 다양하고 서로 공존하는 세상으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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