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藥국가]⑫마약자금 절반은 세탁됐다…한국 16조 규모
■ 3장. 마약경제에 흔들리는 국가경제
가상자산 거래, 중앙 통제 벗어나 자금세탁
단순 밀매 넘어 글로벌 금융질서 위협 수위
세계 마약자금 1000조원 세탁 추정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마약 조직들의 범죄수익 가운데 '절반'은 세탁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금융기관의 중앙 통제를 벗어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과다. 세계적으로 1000조원, 한국에서만 16조원의 마약 자금이 세탁을 거쳐 합법의 영역으로 재침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아시아경제가 추산한 국내 마약류 시장의 규모 33조원의 절반과 비슷한 규모다.
범죄 조직들은 이 같은 구조를 활용해 지하경제를 키우고 범죄에 재투입한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범죄가 단순 밀매·유통을 넘어 글로벌 금융질서를 위협하는 단계에 왔다고 경고한다.
마약자금, 절반은 세탁…한국에선 16조 세탁 추산
20일 글로벌 비영리 싱크탱크 국제금융청렴기구(GI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마약류 밀매 시장 규모는 최대 1조44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2110조원 규모다.
2000조원 넘는 마약 자금은 절반 가까이 세탁된 것으로 추정된다. 범죄에 대한 자금세탁 규모를 두고 가장 널리 인용되는 수치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이 공개한 '합의 범위'다. 이는 범죄로 발생하는 '검은 돈'이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여기에 다양한 추정치를 합산해 정확도를 높였다. 금융시스템을 통해 자금세탁이 가능한 규모를 따지는 가장 신뢰할 만한 추정치는 세계 GDP의 2.7%(2.1~4.0%)라는 결론이다. 이 가운데 마약 범죄의 규모는 약 0.6%에 해당한다고 추정했다.
지난해 세계 GDP는 117조1654억달러다, 여기에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 1416원을 적용하면 우리 돈으로 16경5906조원이다. 전체 글로벌 범죄 자금세탁 규모(2.7%)는 4479조4676억원, 마약류 범죄 수익 중 세탁된 자금의 규모는 995조437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GIF가 분석한 세계 마약류 시장 규모 약 2110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것이다.
한국 상황에 적용하면 아시아경제가 추산한 국내 마약류 시장의 잠재적 규모 33조원의 절반 수준과 비슷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명목 GDP는 2663조3426억원으로, 0.6%는 15조9801억원이다. 무장을 제외한 KF-21 보라매 개발 비용이 8조1000억원이다. 국내에서만 국산 전투기 개발 사업을 두 번 추진할 수 있을 만큼의 마약 자금이 세탁되고 있다는 의미다.
통제 벗어난 가상자산, 마약자금 세탁 핵심수단
마약류 범죄는 글로벌 경제와 조직범죄 네트워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약 조직들은 고도의 자금세탁 수법으로 제도권 금융망을 무력화하고 있다. 단순히 자금을 은닉하는 수준을 넘어 합법적인 경제 시스템으로 재침투해 금융질서 자체를 흔드는 단계에 이르렀다.
범죄 조직들은 가상자산을 자금세탁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한다. 수천개의 지갑 주소로 자금을 쪼개고 섞어 출처를 알 수 없게 만드는 '믹싱(Mixing)' '텀블링(Tumbling)' 등 기술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원천 봉쇄하는 장치다. 경찰 관계자는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없는 모네로 등 다크코인을 일종의 중간 기착지로 활용하는데, 자금 흐름의 연결고리가 끊어진다"고 설명했다.
수사·정보 당국에 따르면 마약 조직들의 자금은 '무역 대금'으로 위장돼 양성 경제로 침투되기도 한다. 허위 송장을 발행하거나 수출입 대금을 부풀리는 식이다. 마약으로 얻은 범죄 수익을 정상적인 거래 대금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정보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장외거래 브로커를 통해 금이나 보석, 부동산 등 실물 자산으로 전환하면 자본의 성격까지 세탁된다"고 전했다.
세탁된 자금, 다른 범죄로…"경제 근간 흔든다"
UNODC는 마약 자금이 배치·투입(Placement), 은닉·세탁(Layering), 통합·합법화(Integration) 등 3단계를 거쳐 제도권 금융으로 유입된다고 분석했다. 범죄와의 연결고리를 끊어낸 뒤 자금을 위장하거나 섞고, 최종적으로 합법적인 출처로 보이는 곳에 조달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탁된 자금이 다른 범죄로 유입되는 등 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범죄 자금 대부분이 가상자산으로 전이돼 있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추정하거나 흐름을 추적하기도 어려워졌다"며 "이렇게 세탁된 자금의 규모가 커질수록 시장의 자금 흐름을 왜곡하고 세수 기반까지 약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해성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마약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커지면 국가 경제를 좀먹을 뿐 아니라 범죄 조직 육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선 정보기관의 기능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며 "미국·영국 등 선진국처럼 국경이 없는 사이버상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하는데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주식은 세금 안 내는데" 내년부터 年 250만원 넘...
특별취재팀|장희준 오지은 박호수 이지예 박재현 기자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