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단일 결제 레일' 시대 저무나
결제업계, 미래 결제 인프라 구축 나서
AI 커머스 확산에 스테이블코인 역할 주목

카카오페이와 NHN KCP 등 국내 결제업계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시장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AI가 사람 대신 상품 검색부터 정산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틱 커머스 환경이 현실화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차세대 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서는 모습이다. 기존 카드 중심 결제망이 사람의 클릭과 승인 과정에 최적화됐다면, 앞으로는 AI가 스테이블코인 등을 활용해 사용자 대신 결제·정산을 수행하는 구조가 확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AI 에이전트 시대 준비하는 빅테크·PG업계

[금융현미경]카드망 중심 질서 흔들…AI·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결제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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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리눅스 재단이 발족한 'x402 재단'에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x402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주도하는 차세대 웹 결제 프로토콜이다. x402 기반 결제에서는 웹서비스가 "결제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내면 AI 에이전트가 스테이블코인 등을 활용해 즉시 비용을 지불한다. 카카오페이는 이번 참여를 통해 세계 최대 에이전틱 AI 결제 인프라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스테이블코인 관련해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6일 1분기 실적발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AI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결제 방식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최적의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만들고 4000만 이용자의 카카오페이 지갑에 스테이블코인을 담아 일상에서 자유롭게 주고받거나 결제·투자에 활용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합 결제기업 NHN KCP도 AI 모델이 외부 시스템과 표준화된 방식으로 연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MCP(모델 콘텍스트 프로토콜)를 도입하는 등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 환경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에는 개발자가 직접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문서를 확인하고 결제 코드를 작성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AI가 자연어 명령만으로 결제 연동 작업을 수행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NHN KCP는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 개발사 아바랩스와 결제 특화 메인넷 구축에도 나섰다. 초고속 결제 승인과 온체인 암호화 기술을 결합해 스테이블코인 기반 정산 및 글로벌 기업간거래(B2B) 해외 결제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가 기존 전자상거래 구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결제는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행위였다. 소비자가 상품을 검색·비교하고 결제 수단을 선택한 뒤 최종 승인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AI 에이전트 환경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의 지시와 권한 범위 안에서 이 과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스테이블코인, AI 결제 핵심 인프라로

[금융현미경]카드망 중심 질서 흔들…AI·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결제 생태계 원본보기 아이콘

AI 기반 결제 환경이 확산하면 스테이블코인이 핵심 인프라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카드망은 승인과 실제 자금 이동이 분리돼 있어 소비자가 결제를 완료해도 실제 정산은 카드사·은행을 거쳐 뒤늦게 이뤄진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 결제에서는 토큰 이동이 곧 가치 이전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승인과 정산 사이의 간극을 줄일 수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 결제는 24시간 초소액·국경 간 거래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기존 카드망보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가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유민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결제 산업이 기존 카드 중심의 '단일 레일'에서 (스테이블코인 등) '복수 레일'이 공존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모든 거래가 카드 네트워크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이제는 다양한 대안적 결제 경로가 등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이 주목받는 이유는 승인·정산 분리 구조를 줄이거나 통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프로그래밍 가능한 결제와 초소액 결제 같은 모델에서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가장 먼저 확산할 영역으로는 글로벌 정산 시장이 꼽힌다. 현재 해외 송금은 송금은행, 중계은행, 수취은행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디지털 달러를 먼저 이동시킨 뒤 현지에서 법정통화로 환전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실제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 서클은 글로벌 정산 네트워크인 CPN(Circle Payments Network)을 구축해 금융기관 간 실시간 정산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당장 오프라인 카드 결제를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규제·세무·가맹점 수용성 문제 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카드 결제 시스템이 이미 높은 수준의 속도와 편의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스테이블코인 활용 초기에 소비자는 기존처럼 카드나 간편결제를 사용하되, 플랫폼과 결제사의 정산 구조부터 스테이블코인 기반으로 바뀌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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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예전 인터넷 시대 결제가 사람이 웹페이지에서 버튼을 누르는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서로 다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실시간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결제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이라기보다 AI 에이전트 시대의 새로운 자금 이동 인프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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