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장. 마약경제에 흔들리는 국가경제

소매가 기준으로 압수량 계산하면 33.1조원
박성수 교수 연구, 마약류 범죄 암수율 29배
극소량도 치명적인 LSD…1g 소매가격 10억
"텔레그램 등 변화 반영하면 더 커질 수 있어"

국내 마약류 유통 시장의 잠재적 규모가 3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 27조원보다 큰 것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투자하는 교육비보다 많은 돈이 지하경제를 형성하며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마약사범은 67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민 77명 중 1명이 마약을 접하고 있다는 것으로, 마약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수치다.


20일 아시아경제가 마약류 범죄 암수율(숨겨진 범죄의 비율)을 28.57배로 산출한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의 연구 모델에 2021~2025년 연평균 마약류 압수량과 소매가격 시세를 대입한 결과 국내 마약류 시장의 잠재적 규모는 33조1208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서 집계된 사교육비 총액 27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마약시장 33조원, 어떻게 추산했나

[취藥국가]⑩마약시장 최대 33兆…사교육시장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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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국내에서 마약이 유통되는 규모를 계산하기 위해 검찰의 마약 압수량을 기준으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하수역학 기반 마약류 조사는 대상 약물이 한정적이고 소량 검출된 경우까지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회 투약량이 100㎍(1㎍=100만분의 1g)에 불과한 LSD 등은 하수역학이 잡아내지 못한다.


통계 왜곡을 줄이기 위해 단일 사건에서 1㎏ 이상 대량 적발된 사례는 모두 제외했다. 2023년 집중 단속에 따른 영향도 최근 5년치 압수량의 평균을 내 변동성을 줄였다. 대상은 필로폰, 케타민, JWH-018 등 합성대마류, 엑스터시(MDMA), LSD 등 주요 마약류 10가지다.

시세는 2021~2025년 판결문 30건에 적시된 소매가격과 전·현직 마약 유통업자, 텔레그램 마약 판매 채널, 수사기관 추정치 등을 바탕으로 취합하되 보수적인 금액을 적용했다. 모든 마약류가 소매로 유통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 규모가 일부 과측정될 수 있다. 다만 법원이 거래액을 모르는 상태에서 형량을 따질 때 소매 기준으로 추징 가액을 산정한다는 점을 참고했다.


검찰의 마약류 압수량은 g 단위로 취합된다. 이에 따라 1회 투약량을 기준으로 한 시세를 1g 단위로 변환했다. 예컨대 환각 효과가 필로폰의 300배에 달하는 LSD는 1회 투약량이 100㎍에 불과하다. 스티커 1장 형태로 10만원에 유통된다. 전량 소매로 유통했다고 가정하면 1g당 10억원이다. 1정이 0.5g인 MDMA는 1g 단위 가격으로 계산했다. 나머지 마약류 시세는 1g당 수만~수십만 원으로 조사됐다.


LSD 제외하면 약 8조…최근 LSD 급격히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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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약물은 LSD다. 검찰에 따르면 LSD는 1938년 스위스 화학자 앨버트 호프만이 최초 합성한 무미·무취·무색 환각제다. LSD는 극소량의 경구 투여만으로도 환각 효과가 나타날 만큼 위험하다. 오감 왜곡부터 공포·불안·두려움 등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다른 범죄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취재진이 산출한 통계에서 LSD 가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75.7%에 달했다. 이를 제외하면 시장 규모는 8조420억원으로 줄어든다. 트립(환각 효과를 뜻하는 용어)에 요구되는 투약량이 100~150㎍으로 극소량이기 때문이다. LSD 1g은 무려 1만명 동시 투약분이다. 2022년까지만 해도 50g 이상 압수된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2023년 2333g, 2024년 1804g, 지난해 152g 등으로 크게 늘었다. 2023년 압수량은 국민 절반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비교 불가할 정도로 위험한 약물이다.


무게로 따지면 흔한 필로폰이 많이 유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잠재적 투약 가능 횟수'로 환산하면 LSD는 모든 약물을 뛰어넘는다. '클럽 마약'으로 불리며 유통이 활발해진 것은 물론 종이 형태를 띠고 있어 우편이나 서류로 위장하면 적발하기도 어렵다. 박 교수는 "LSD가 전량 소매로 유통되진 않겠지만, 거대한 물량이 한국에 들어왔고 압수됐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단지 가액이 크다는 이유로 계산에서 빼는 것은 오히려 왜곡"이라고 말했다.


"암수율 28.57배…77명 중 1명은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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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범죄는 흔히 '빙산의 일각'에 비유된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와 달리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과거 마약류 범죄 암수율은 관행적으로 10배를 적용했다.


그러나 최근 법무부 등은 28.57배라는 수치를 쓰기 시작했다. 이는 박 교수가 2016년 수행한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 측정에 관한 질적 연구'의 결론을 차용한 것이다.


박 교수는 당시 연구에서 4개 주체별 가중치를 반영한 산출 모델을 활용했다. 마약 범죄자, 수사기관 등 관련 공무원, 학계 및 전문가, 의료·재활 종사자 등에 대한 심층 면접을 통해 체감 암수율을 조사했다. 종합 결과, 28.57배로 예측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는 법무통계국(BJS)을 비롯한 미국 수사·법무 당국이 마약류 범죄에 적용하는 암수율 25~30배와 상통한다.


지난해 국내에선 마약류 사범 2만3403명이 검거됐다. 여기에 암수율을 반영하면 66만8624명에 달한다. 국민 77명당 1명은 이미 마약을 접했거나 중독돼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밑 실상 확인하려는 시도…오히려 과소 추정 오류"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 연합뉴스

박성수 세명대 경찰학과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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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류 시장 규모를 추산하려는 시도는 얼마나 많은 마약류 범죄가 물밑에 숨어 있는지,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지하경제가 국가 경제를 얼마나 잠식하고 있는지를 밝혀내는 작업이다. 마약이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일탈이 아닌 '보편적 위협'으로 진화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 교수는 시장 규모 추산 시도에 대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이 정확히 추정되지 않으면 적합한 정책이 나올 수 없고 처벌뿐 아니라 치료·재활·예방을 위해 어떻게 할지 기준점을 알 수 없다"며 "마약류 범죄 데이터와 비용 추정은 대응책 마련의 첫 단추"라고 평가했다.


그는 암수율 연구의 한계를 지목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계량적 검증이 아닌 질적 연구에 그쳤다는 점이 아쉽다"며 "최근 문제로 떠오른 의료용 마약류, 텔레그램 등 비대면 플랫폼을 통한 범죄의 양적 팽창 등을 반영하지 못해 '과소 추정'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과 실제 유통 시장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산하는 작업은 마약류관리법과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을 견인하는 동력"이라며 "보건의료적 개입과 회복적 사법 인프라의 적정 규모를 산출하려면 이 같은 연구가 적극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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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장희준 오지은 박호수 이지예 박재현 기자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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