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이미, 마약이 덮친 나라

클럽에서 거침없이 합성대마 투약하는 20대
텔레그램 문의하자 3분 만에 구매절차 진행

"나 지금 ○○(액상대마) 피우고 완전 취했거든. 너도 피워 봐."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A 애프터클럽. 전자담배를 들고 연기를 뿜어내던 20대 남성에게 기자가 '○○ 있느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여명이 밝아오는 오전 5시. 쿵쿵 울리는 음악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땅속에선 광란의 밤이 계속됐다. 애프터클럽은 마약류 투약이 빈번한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일반 클럽이 영업을 종료하는 새벽부터 오전까지 '밤샘 파티'가 열린다.

4월 말 서울 강남구 소재 클럽에서 젊은 남녀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지예 기자

4월 말 서울 강남구 소재 클럽에서 젊은 남녀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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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 둥둥. 거대한 기계 장치의 엔진실에 들어선 듯한 음악. 한껏 취기가 오른 젊은 남녀 수십명이 춤을 췄다. 액상대마를 권했던 남성 옆의 또다른 20대 남성은 "내가 구해줄까"라며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것도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다 해"라며 기자의 얼굴에 연기를 뿜었다.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주요 유흥가를 찾기 전부터 클럽 MD(영업 직원), 텔레그램 판매자 등을 통해 마약류 구매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한 텔레그램 딜러에게 오전 2시 전후로 청담동 A 애프터클럽 근처에서 픽업(구매)이 가능한지 묻자 "신사동 쪽에 깔아둔 게 있다"고 답했다. 대금을 치를 가상자산 지갑 주소 안내까지, 덫에 빠지는 과정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4월 말 서울 강남구 소재 클럽에서 만난 20대 남성 일행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과시했다. 이지예 기자

4월 말 서울 강남구 소재 클럽에서 만난 20대 남성 일행은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으로 큰돈을 벌었다고 과시했다.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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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3시께 서초구의 B 클럽에서도 투약이 의심되는 사례가 여럿 포착됐다. B 클럽 곳곳에는 '마약은 불법' '적발 시 퇴장 및 고발' 등 경고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러나 화장실 칸 내부에선 부스럭대는 소리와 "XX 제정신 아니야" "□□로 잘라" 등 여성들의 어눌한 발음이 새어 나왔다. 화장실은 VIP룸을 제외하면 가장 흔한 투약 장소다. 2인 이상 사용이 금지된다.


비슷한 시각 용산구 이태원동 곳곳에서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기온이 10도 아래까지 떨어졌지만, 웃통을 벗고 길바닥에 나뒹구는 이도 많았다. 3년차 클럽 MD에게 문의하자 "주로 화장실에서 약을 하는데 우리도 확실해 보이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기 곤란하다"며 "눈을 숨기려고 선글라스를 쓰니까 그런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귀띔했다.


이태원 C 클럽 앞에선 40대 남성이 휘청이며 기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에게도 '마약을 했는지' 묻자 "하고 싶으면 간판 없는 주점들이 몰린 쪽으로 가라"고 말했다. 이 남성의 뒤편에선 젊은 여성이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구토를 반복했지만, 아무도 부축하거나 제지하지 않았다.


한때 서울 번화가의 마약류는 강남 케타민, 이태원 대마초, 홍대 엑스터시 등이 각각 주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제 구분 없이 투약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텔레그램 비대면 유통이 번지면서 다양한 마약을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는 마약 구입이 얼마나 쉬운지를 확인하기 위해 문의했을 뿐 실제 구입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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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장희준 오지은 박호수 이지예 박재현 기자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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