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장. 마약이 우리 사회를 덮쳤다

제주 해안가 떠오른 우롱차, 안에는 케타민
정보 소식통 "태국 조직에서 해상 살포" 주장
지난해 3월 추정…쿠로시오 해류 타고 북상

지난해 9월부터 제주 해안가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우롱차 포장' 케타민이 태국에서 살포된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한국으로 케타민을 공급해온 총책이 사고로 숨지고 주요 간부들이 검거되면서 조직이 와해된 결과라는 것이다. 처리가 곤란해진 마약을 폐기할 목적으로 해상에 투기했다는 건 단순한 '운반 사고'가 아니라 마약 카르텔의 조직적 증거 인멸로 볼 수 있다.


민간 군사·정보 전문가 J씨는 18일 아시아경제에 "우롱차 봉지에 담긴 케타민은 태국에서 처음 살포된 것"이라며 "해당 마약을 생산·공급해온 조직의 총책이 한국인이었고, 2024년 8~9월 대홍수 당시 골든 트라이앵글 내 치앙센 지역에서 사고로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제주시 조천읍 해안가 갯바위에서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됐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지난해 11월 제주시 조천읍 해안가 갯바위에서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됐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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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제주 서귀포시 해안에서 21차례에 걸쳐 차(茶) 봉지에 담긴 케타민이 발견됐다. 8개월간 제주에서 발견된 마약은 38㎏, 최대 133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수사 당국은 별다른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밀매 조직이 해상 유통하던 마약이 불상의 이유로 해류를 타고 흘러들었을 거란 추측뿐이다.


J씨는 총책 사망 전후로 주요 간부들이 잇따라 검거되며 조직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주요 밀수 경로는 간부급 이상만 알고 하부 조직원은 지시된 업무만 분절적으로 수행하기 때문에 조직 재건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마약도 한국에 들어와야 수십만원을 하는 것이지, 현지에선 수천~수만원에 구할 수 있다"며 "밀수 루트를 모르니 마약이 시한폭탄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J씨는 2024년 11월 태국에서 압송된 공급책이 숨진 총책 밑에서 일하던 주요 간부라고 지목했다. 경찰청은 당시 태국에 거점을 두고 케타민·필로폰 등을 국내로 밀수해온 40대 공급책을 송환해 왔다. 이 공급책은 텔레그램 유통책이 보낸 인편으로 마약을 밀반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J씨는 "해당 조직은 한국으로 들어오는 케타민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었다"며 "2024년 말 송환된 공급책은 그해 여름 총책이 죽기 전 현지에서 검거됐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 조직은 미얀마 'KK 범죄단지'에서 케타민을 생산했다. 높은 산악 지형을 갖춘 태국 북부 치앙센 지역에는 재고 시설을 구축했다. J씨는 "지난해 초 현지에 들어갔을 때 이미 태국 북부 지역 공급책들이 방콕 주변으로 뿔뿔이 흩어지며 조직이 와해된 상태였다"며 "결정적으로 이 시기 대지진으로 미얀마 쪽 케타민 작업시설까지 복구 불가 수준으로 붕괴됐다"고 설명했다.

[취藥국가]④'제주 케타민' 미스터리…"태국에서 살포" 원본보기 아이콘

J씨의 정보는 해류 흐름과 일치한다. 통상 동남아에서 유실된 부표나 쓰레기가 제주 또는 일본 규슈에서 발견되는 데 반년 정도 소요된다. 지난해 2~3월 살포 이후 계절풍(북동풍)의 영향으로 남중국해에서 표류하다 계절풍이 잦아드는 4월 이후 대만 난류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제주까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빠르게 북상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만이 케타민 사건과 관련해서 우리 수사 당국에 보낸 조사 결과와도 대체로 부합한다. 대만 측은 '지난해 7월 대만 서남부 해역에서 유사 포장 마약이 대규모로 발견돼 수사 중'이라고 회신한 바 있다. J씨는 "여름이면 대만 난류의 북상 흐름이 강하다"며 "차 봉지는 가벼워 물 위에 뜨기 때문에 풍압의 영향을 받아 일반적인 해류보다 더 빠르게 이동했을 것"이라고 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2024년 늦여름 태풍으로 태국 북부 지역이 최악의 수해를 입었다"며 "마약 제조시설이 밀집한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던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제주해양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충분히 일리 있는 정보로 판단된다"며 "대만 측에서도 이 같은 대량 살포가 밀수·환적 목적이라고 보기에는 현실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만 당국과 해당 정보를 공유하고 수사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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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장희준 오지은 박호수 이지예 박재현 기자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박호수 기자 lake@asiae.co.kr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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