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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70주년]③"패권경쟁엔 발빠른 대응…美 정보통신망법·中 과학기술자립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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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한반도 핵이슈 부상
한미동맹 강화…中 견제구로 인식
"이점 살려 국익 챙기는 전략 필요"

편집자주2023년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로 새해 첫날을 시작했다. 올해 정전·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무인기 영공 침범 등 거듭된 무력 도발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응징·보복’으로 대표되는 ‘힘에 의한 평화’로 맞서고 있다. 남북의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된 가운데 최근 한중(韓中)과 미중(美中)의 미묘한 외교 상황까지 엮인 한반도의 새로운 변화를 분석했다.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북핵) 문제가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 11일 국방부 업무보고)


연초 '핵이슈'가 하반도를 달구고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 '힘의 평화'를 견인하겠다는 구상인데, 대립과 단절로 귀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일각에선 핵전쟁 위험까지 거론하고 있다.

12일 외교안보당국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은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한국국가전략연구원-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국제회의'에서 공개한 논문을 통해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우려했다. 아인혼 연구위원은 "북한이 다양한 군사 도발을 하고 핵무기의 조기 선제적 사용을 지향하는 핵 태세와 교리를 채택했다"며 "오해나 사고로 인해 의도치 않게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아주 커지고 있다"고 했다.


같은날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나라의 핵보유 가능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만약 그렇게 되면 오랜 시간 안 걸려서 우리 과학기술로,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며 “그러나 늘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한미 공조를 통한 미국의 핵우산 강화가 최선책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미동맹 강화, 북한에 대한 中 적극적 역할 어려워져
윤석열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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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집권 후 한미동맹 강화를 표방했다. 북한이라는 공동의 위협을 연결고리로 한미일 3국의 안보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제는 한미동맹 강화의 반사효과로 대중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지 못하도록 비토권을 남발하고 있으며, 북한은 신냉전 구도를 틈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그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입각했던 정부의 외교 기조는 블록화되는 최근 국제 질서에서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미국이 불참한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놓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틀어진 전례는 안미경중의 한계를 보여준 대표적 예다.


그러나 '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하는 우리 정부가 군사·안보의 키(key)를 쥔 미국과 멀어지고 중국에 기우는 선택도 마땅치 않다. 문재인 정부는 사드 추가 배치와 한미일 군사동맹,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 등에 반대하는 이른바 '3불 정책'을 약속하면서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 우리는 '주변의 작은 나라'에 빗대 굴종 외교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안보·경제 엮인 中…유연성으로 국익 챙겨야"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왼쪽부터)과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6월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대면 협의를 하는 것은 지난 2월 하와이 호놀룰루 회동 이후 약 넉 달 만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왼쪽부터)과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해 6월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미일 북핵수석대표가 대면 협의를 하는 것은 지난 2월 하와이 호놀룰루 회동 이후 약 넉 달 만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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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대중 외교에서도 '국익 우선'이라는 기준을 견지하되, 과학기술·문화 등 우리가 가진 이점을 보다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안보를 위해 한미동맹 강화는 필수이자, 외교 정책의 근간"이라며 "안보라는 가치를 먼저 지킨 다음 그에 수반되는 중국과의 마찰 요인을 수용하고 완화해 나가는 능력을 키워야 할 때다. 언제까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자택일(兩者擇一)을 고민할 순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이 현시점에서 어떤 목적을 갖고 한반도를 대하고 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며 "반도체 기술 등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측면, 중국이 우리를 통해 대미관계 개선을 노릴 수 있다는 점 등을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하는 게 관건"이라고 제언했다.


주재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겸 경희대 교수)은 "현 정부에 아쉬운 점은 상대국에 가진 이점과 그들의 필요를 신속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예컨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은 미 의회에서 예고됐던 사안인데 우리 대응이 늦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미국은 정보통신망법 개정, 중국은 오는 3월 과학기술 자립 정책 발표 등이 눈여겨볼 사안"이라며 "기민하게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北, 올해 대화 가능성 제로…"상황 악화 관리해야"

우리가 직접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통일 전략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2019년 북미 정상 간의 '하노이 노 딜' 이후 교착 국면에 빠진 남북관계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한은 지난해 최소 33차례에 걸쳐 70발이 넘는 미사일을 발사하며 전례 없는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무력 시위로 문재인 정부 시절 최대 치적으로 평가되던 9·19 남북 군사합의는 사실상 무력화됐고,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은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임하기만 해도 그에 상응하는 정치·경제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북한이 호응해 나올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올해는 예년 수준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며 "관계 개선에 있어 급반전을 노리기보단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최근 북한이 내놓는 메시지의 양상을 주목했다. 남측을 '대적'으로 규정했지만, 대미 비난은 어느 정도 수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앞세우거나 한미가 함께 대북 메시지를 내놓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견제력을 확인하면서 직접 담판을 짓고 싶어하는 북한에게 북미 간의 가교 구실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홍 실장은 "확장억제를 비롯한 태세적 준비도 중요하지만, 북한에 어떤 메시지를 보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라며 "담대한 구상의 경우 북한이 '비핵화 조건' 수용 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그게 북한에게 실효성 있는 제안인지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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