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기업 대출 금리 7% 전망
"조선, 항공운송, 유통 등 모니터링 필요"
124만3000명이 한계 소상공인 위험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2.50%인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 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 인상을 결정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오늘의 금리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2.50%인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 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 인상을 결정했다. 이날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외벽에 오늘의 금리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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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고양시에서 조명업체를 운영하는 조진영 대표(가명)는 최근 5년간 적자를 보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건설 현장에 조명기구를 납품하는데 최근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수익이 줄어 대출로 버티고 있다. 조씨는 "연 매출 50억원은 올려야 회사의 정상 운영이 가능한데 올해는 그보다 낮은 35억원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빨리 접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만, 할 줄 아는 게 이 일이라 버티고 있다"면서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 조씨가 문의한 주거래은행에서 제시한 대출금리는 8% 수준까지 치솟았다. 12일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됐으니 얼마나 이자 부담이 더 늘어날지는 불 보듯 뻔하다.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성기호 기자, 김보경 기자]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번째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한계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하반기 실적 악화를 앞둔 대기업들도 이자 갚기도 허덕일 처지에 놓였다. 국내 대기업 10곳 중 3∼4곳은 경영난을 맞을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기업 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인 회사채 금리도 급등하면서 돈 빌리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급등과 미국 긴축 가속화, 불안정한 세계 정세 등 악재가 쏟아지고 있지만 비상 경영에 돌입했던 기업들은 향후 경영전략을 어떻게 바꿔야 할 지 가늠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은에 따르면 빅스텝 단행 시 기업들이 부담해야 되는 이자는 8조9000억원 가량이다.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당장 늘어난 이자만 18조원에 달한다.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1000대 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 사정을 조사한 결과,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가 평균 2.6%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 임계치별 기업 비중을 보면 기업 10곳 중 3곳 이상인 37.0%는 이미 현재 기준금리에서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한은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경우 대기업 10곳 중 5곳은 취약기업이 되고, 빅스텝으로 기준금리가 3.0%가 되면 취약기업 수는 59.0%에 달할 것이란 분석대로라면 대다수의 대기업도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의미다.


대기업 중 직격탄을 맞은 곳은 항공업계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재무상황 악화 등 체력이 저하된 상태서 유상증자나 회사채 조달 등으로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환율 및 유류비 급등에 금리 인상까지 덮치며 경영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전자업계와 자동차업계도 구매력 감소에 따른 소비위축에 타격을 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고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대출로 차량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 전체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자업계도 "고금리에 고환율이 이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결국 금리인상 및 고환율 그 자체보다는 거시경제 위기가 경영에 미칠 악영향이 클 것이라고 보고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 금리가 치솟고 있는 점도 자금 사정을 악화시키는 악재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회사채 발행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일 기준 신용등급 AA-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5.44%를 기록했다. 올해 초 2.46% 였던 것보다 2.98%포인트나 뛴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도 18개 산업의 법인세차감전이익(EBITDA)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를 금리 인상 가정을 변경해 다시 점검해본 결과 기존 10.8배에서 8.3배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기업이익이 이자비용 대비 10배에서 8배로 줄어든다는 의미로 그만큼 이자비용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조선, 호텔면세, 항공운송, 유통, 민자발전, 해운산업의 경우 타 산업 대비 이 수치가 낮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모니터링이 필요한 산업’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3%] '빅스텝' 직격탄…대기업도 소상공인도 이자 갚기 허덕(종합) 원본보기 아이콘

금리 3.0%되면 소상공인 6만명 추가로 한계 상황 직면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건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금천구에서 3년째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높아지는 대출 이자에 속을 썩고 있다. 그는 변동금리 대출 이자가 최근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완화되면서 매출이 개선될까 기대했지만, 이제는 고금리·고물가와 씨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3.0%로 올리는 ‘빅스텝’을 취하면 소상공인 124만명이 도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에 내놨다. 중기연은 기준금리 3.0%가 되면 소상공인 6만명이 추가로 한계 상황에 직면하면서 124만3000명이 한계 소상공인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계 소상공인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내지 못하는 부실 상황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해당 조사를 맡은 정은애 연구위원은 "전체 기업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부실이 발생할 경우 그 규모가 매우 크고 사회에 전파되는 파장 또한 크다"고 했다. 정 연구위원은 "소상공인의 부실은 가계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실 소상공인에 대한 조사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경고음을 냈다. 금융권에는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금통위의 2회 연속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장기화에 이어 원자잿값 급등과 대출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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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가중과 관련해서 중소기업계는 이구동성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는 일시적으로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 적극적인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금융권도 기준금리 인상 폭 이상의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자제해야 한계 상황에 내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버틸 수 있다"고 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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