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 일간신문 1면에 눈길을 끄는 광고가 실렸다. '우리들의 조용필님, 당신이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 가수 조용필의 환갑 날, 그의 열혈 팬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낸 축하 광고였다.


'영원한 오빠'로 불리는 그의 나이가 벌써 60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준다. 무대는 늘 새롭고 열정에 넘친다. 올해도 뉴욕 등 23곳을 순회 공연한다. 그에게 이제 환갑이 됐으니 그만 무대에서 내려 오라 할 사람은 없다.

이명박 내각의 평균 연령은 60.1세. 조용필과 똑같다. 청와대의 수석 이상 참모진 나이는 조금 낮은 평균 56.2세. 그들은 이제 '젊은 피'에 자리를 내주고 무대에서 내려올 운명이다. 이순(耳順)의 조용필은 여전한데.


이명박 대통령이 6ㆍ2지방선거 후 당ㆍ정ㆍ청의 세대교체를 다짐한 때문이다. '4중5초(40대 중반에서 50대 초반)'의 '젊은 피'가 중용될 것이라 한다. 기다렸다는 듯 그 또래의 인물들이 자천타천 손들기 시작했다. 그 정도로 나이가 내려가면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일까. 젊은 층과 소통의 길이 시원하게 뚫릴까. 글쎄다.

'젊은 피'라는 표현부터 그렇다. '4중5초'를 '젊은 피'라 하면 진짜 젊은이들은 실소하고 '사오정'과 '오륙도'에 떠는 중년층은 가슴을 때리는 말로 들릴게다.


젊은 피- 늙은 대국 영국이 얼핏 떠오른다. 지난 5월 총리에 오른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은 44세다. 그가 보수당의 기수로 뽑힌 것은 2005년 12월, 39세 때. 캐머런의 연정 파트너인 닉 클레어 부총리는 43세다. 재무장관에는 38세의 조지 오스번이 임명됐다. 124년 만에 가장 젊은 재무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오스번의 나이도 놀랍지만 가슴을 흔든 것은 그의 취임 일성이다. 그는 첫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재무장관으로서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권한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포기하는 권한은 경제성장률 전망이다. 모든 경제정책의 기초가 되는 핵심 기능을 독립기관에 넘기겠다는 것이다. 야심만만한 30대 각료가 그런 말을 했다니!


너무나 낯선 모습이다. 권력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면 목에 힘주고 밥그릇부터 챙기는게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아니던가.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다. 금통위 열석권을 놓고 한은을 압박하는 재정부, IT정책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지식경제부와 방통위의 샅바 싸움, 장관 빰치는 차관급 실세…


물리적인 나이 만을 따지는 세대교체라면 보나마나 하나마나다. 수직적인 세대교체를 넘어서 상하좌우 머리와 가슴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세대교체를 할 때 진정한 소통과 혁신의 장이 열릴 것이다.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한마디 할 수 없는 인물, 세침 실세ㆍ측근간 자리물림이라면 싸늘해진 민심이 돌아설리 없다.


나이도 그렇다. 왜 4중5초인가. 30대 장관은 왜 안되나. 경륜이 모자라서? 조직의 질서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목격한 것은 20~30대와 40~50대 이상 사이의 극명한 세대차다. '4중'이 하한선이라면 누가 20~30대와 소통할 것인가. 예컨대 IT나 문화, 청소년 분야에서 30대가 40, 50대보다 못할게 뭔가. 30~40대의 젊음도 필요하고 50~60대의 경륜도 값지다. 문제는 닫힌 가슴, 획일성, 독선이지 나이가 아니다. 무늬만 젊은 피는 나이에 대한 모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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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은 분명 국민가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조용필의 노래만이 존재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황량할까. 인순이ㆍ이승철도 있고 빅뱅과 소녀시대도 함께 어우러 질 때 노래판이 살고 조용필의 목청이 더 크게 울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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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주필 p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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