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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혁명](75)미국에 구글이 있다면, 한국엔 RSN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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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만개 도메인 데이터 수집·분석
고객사 니즈별 맞춤형 결과물 제공
광고성·허위 리뷰 걸러내는 노력도

구글은 검색 서비스로 방대한 양의 지구촌 데이터를 확보해 데이터 시대의 강자로 떠올랐다. 사람들이 검색할 때만큼은 '진짜 속마음'을 드러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렌드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미국에 구글이 있다면 한국에는 2004년 설립한 알에스엔(RSN)이 있다.

배성환 알에스엔 대표[사진제공=알에스엔]

배성환 알에스엔 대표[사진제공=알에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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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스엔은 B2B 기업이라 대중에겐 낯설지 모르지만, 오랜 업력으로 키운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다. 그동안 알에스엔과 계약을 맺은 국내외 고객사만 500여곳, 이 중 3년 이상 장기 고객이 73%에 달한다. 우리가 아는 웬만한 기업들은 알에스엔의 AI 분석 서비스를 한 번쯤 사용해본 셈이다. 자체 대형언어모델 '루시 LLM'을 구축해 회사가 보유한 누적 데이터양은 1800억건이고, 일평균 2200만건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53억원으로 2025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알에스엔이 다른 AI 기업과 비교해 가장 큰 차별성은 비정형 빅데이터를 분석한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정형화된 텍스트가 아닌 오탈자, 은어, 최신 유행어, 밈까지 분석한다. 예를 들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네티즌들이 SK텔레콤을 '스크트'라고, KT를 '크트'라고 칭하는데 알에스엔은 이처럼 온라인상에서 사용되는 대화체의 의미를 파악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포털 사이트, 커머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28만개 도메인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분석한다.

결과물은 고객사의 니즈에 맞게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공하기도 하고, 주기별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만약 A 맥주 업체로부터 '맥주 맛 최신 트렌드 분석'을 요청받으면 각사의 맥주 상품별로 '청량하다' '부드럽다' 등 어떤 평가가 많은지 조사하고 인기 비결을 파악한다. B 제과업체가 MZ세대를 겨냥한 신제품 광고 컨셉을 고민 중이라면, 알에스엔이 특정 밈을 자주 사용하는 상황을 분석해 광고 카피와 접목시키기도 한다. 데이터와 데이터를 연결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알에스엔을 창업한 배성환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상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빠르게 의미를 찾아낸다. 시장 분석과 이슈 분석,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데 용이하다"며 "한 고객사에서도 부서별로 니즈가 달라 900여개에 달하는 분석 모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알에스엔은 원래 위기관리 전문기업으로 출발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언론사들이 속속 출범하던 시절, 기업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실시간으로 온라인 기사 내용을 파악해 리스크 대응을 도왔다. 당시엔 고객사의 매출 하락을 방어해줬다면 지금은 고객사의 의사결정과 매출 증대를 돕는, 명실공히 '돈 벌어다 주는 AI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알에스엔의 배성환 대표(왼쪽)와 박정호 기술연구소장.

알에스엔의 배성환 대표(왼쪽)와 박정호 기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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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알에스엔 기술연구소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이커머스 업계의 요청이 늘었다. 경쟁 제품의 가격부터 리뷰 내용 분석까지 다양하다"며 "코로나 전에는 모든 후기의 95%가 '빠른 배송 감사합니다' 였지만 코로나 이후 제품에 대한 다양한 후기가 달리기 시작했다"고 변화상을 전했다.


데이터가 산업을 움직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염된 정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했다. 박 소장은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제품 후기의 중요성도 커졌다"며 "광고성, 허위 리뷰를 최대한 걸러내고 순수하고 정확한 리뷰를 수집하기 위해 AI를 학습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보다 정확하게 데이터 분석하려면 정교함이 필요하다. 그는 "제품 출시 이후 초기 3주 동안 게재되는 후기는 광고성 바이럴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알에스엔은 국내뿐만 아니라 영미권과 일본, 중국 도메인 데이터까지 분석한다. 스마트폰, 주요 가전 등을 만드는 국내 대표 제조업체인 C사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도운 지는 10년이 넘었다. 해외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를 분석하고 적절한 마케팅 방식과 상품 개발을 지원한다.

한국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는 외국기업의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배 대표는 "K-팝, K-콘텐츠처럼 한국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알에스엔은 두바이 뷰티 엑스포에 참가해 뷰티 브랜드 평판, 핫 아이템 트렌드, 소비자 리뷰 분석 등을 제공하는 '루시 K-뷰티 인사이트' 솔루션을 소개했다. 해외 바이어가 한국 뷰티 시장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와 제품을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배 대표는 "K-뷰티 인사이트 플랫폼과 같이 고객의 니즈와 혁신 기술을 담은 맞춤형 신규 서비스를 추가로 선보이고, 산업별 성공 사례를 발굴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바이 뷰티 엑스포에 참가한 알에스엔.

두바이 뷰티 엑스포에 참가한 알에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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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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