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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몰락"…NYT "극단적 온라인 예금주가 SVB사태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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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긴축' 유동성 속 美중견은행 붕괴
뱅크런+자산 손실이 파산 배경

#. 미국 스타트업 '커버리지 캣'의 공동창업자인 맥스 조는 지난 9일(현지시간) 몬태나주에서 열리는 창업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자리에 앉은 그는 주변의 동료 창업자들 모두가 미친 듯이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는 모습을 목격했다. 모두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예치된 회사 자금을 빼내려는 것이었다. 그는 "뱅크런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역시 동료들을 따라 SVB 뱅킹 앱에 로그인해 회사 잔고의 대부분을 다른 계좌로 이체를 시도했다.


경기 침체와 고강도 긴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난 10일 SVB의 파산은 자금난이 부상한 지 36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이뤄졌다. 총 자산 2090억달러(약 277조원)에 달하는 SVB은 예금 대량 인출(뱅크런)과 대규모 채권 투자 손실이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고 순식간에 파산이 결정됐다. 파산 전날 SVB가 최근 예금이 줄어들면서 채권 매각으로 18억달러(약 2조36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한 것이 뱅크런의 도화선이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SVB의 극단적인 온라인 예금주들이 이번 사태의 트리거가 됐다고 지적했다. NYT는 "SVB의 예금주는 일반인이 아닌 스타트업이나 스타트업 투자자로 온종일 인터넷으로 대화하는 사람들"이라며 "은행 지급 능력에 대해 위기론이 이날 하루 트위터와 슬랙 채널 등 소셜미디어로 빠르게 확산하자 겁먹은 고객들이 빠르게 스마트폰 뱅킹 앱을 열고 예금 인출에 나선 것이 파산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SVB 예금주들은 당일 금융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420억달러(약 55조6000억원)를 인출하려 시도했다. 이어 바로 다음 날인 10일 오전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SVB 파산은 미 역사상 정리 절차에 이른 은행 중 두 번째 큰 규모다. SVB에서 시작된 예금 이탈이 타 은행으로 번질 경우 제2, 제3의 SVB가 나오면서 은행들의 연쇄 파산과 기업들의 줄도산 등 금융업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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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택 대출 채권(CDO) 부실로 미 4대 투자은행이었던 거대 금융그룹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번 SVB 사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WSJ은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은행들이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파산했던 것과 달리 이번 SVB 사태는 금융기관의 핵심 자본인 보유 예금과 자산의 가치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괴리된 데 따른 것으로 실질적으로 2008년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파산 배경이 2008년 금융위기에서 은행들을 파멸로 몰아넣은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가 아닌 고금리 부작용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산 규모 면에서도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리먼이 미 4대 투자은행이었던 데 반해 SVB는 자산규모가 277조원으로 미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의 자산 규모 약 3조2100억달러(약 4212조원)와 비교해도 7%에도 못 미친다.


고객층과 투자 경향에서도 일반적인 은행 파산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SVB는 고객층이 미국 스타트업에 특화돼 있고, 주로 미국 국채 등 장기 채권에 집중 투자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보유증권으로 인한 연쇄 파산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


미국 정부는 SVB 사태 이후 빠르게 은행을 폐쇄시키고 보유 예금을 모두 이전받아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날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공동 성명을 통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Fed와 FDIC의 권고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고해서 모든 예금주를 온전히 보호하는 방식의 사태 해법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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