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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니보틀, 尹은 엄석대"…이준석의 비유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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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자신은 막시무스-尹은 코모두스 비유
'사자성어' 모르는 젊은 층에 어필
가볍다는 비판과 정치 커뮤니케이션 평가 교차

"나는 빠니보틀, 尹은 엄석대"…이준석의 비유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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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윤석열 대통령을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장인물인 엄석대로 비유하면서 자신이 여당 전당대회에서 후원하는 후보들에게 한 표를 줄 것을 촉구해 화제가 되고 있다.


엄석대는 반장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에 저항하는 전학생 한병태에 집단 괴롭힘을 가하지만, 담임이 바뀌면서 몰락하는 인물이다. 엄석대를 윤 대통령에 그리고 저항하는 전학생 한병태를 자신이 후원하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에, 엄석대가 몰락하면서 그를 배신한 주변 패거리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비유한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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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막시무스, 尹은 코모두스"

이처럼 이 전 대표가 소설이나 영화 속 가공의 인물, 유명인을 정치인에 비유하는 화법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복잡하기 그지 없는 각종 정치적 사안을 대중문화를 비유해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해 8월, '가처분 정국'에서 MBN 방송에 출연해 꺼내든 막시무스와 코모두스 황제의 비유다.


"검투사가 대중의 인기를 얻게 되고, 그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 황제 본인이 직접 검투사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그런데 황제가 자신감이 없으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옆구리를 칼로 푹 찌르고 시작한다."


막시무스는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주인공으로, 황제 코모두스에게 가족을 잃은 그가 황제에게 복수하는 것이 주된 이야기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을 막시무스, 윤 대통령을 '패륜 황제'인 코모두스에 비유해 자신이 당 대표에서 퇴출된 것은 '자신이 없으니까 옆구리를 찌르고 시작하는' 황제 때문이라고 시사한 것이다. 가처분을 둘러싼 상황은 복잡하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깊게 생각하지 않고서도 상황을 금방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도 독특한 비유가 나왔다. 그는 지난달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제가 혼자 선거 뛰는 건 그냥 제가 결정하고 움직이면 되는데, 이번에는 후보 4명을 고루 띄워야 되는 그런 상황"이라며 "굳이 비유하자면 옛날 고전 영화 '벤허'에 보면 주인공이 말 4마리를 족장한테 받아서 전차 경주에 나갈 수 있도록 같이 훈련하는 장면이 있다"고 했다. 이번 선거를 주도하는 것이 자신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자신이 후원하는 천하람 후보와 자신의 관계를 여행 유튜버 곽튜브와 빠니보틀간의 관계로 설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YTN 라디오서 "여행 유튜버 중에 '빠니보틀'이라는 친구가 '곽튜브'를 처음에 데리고 다니면서 그를 유튜브에 입문시켰는데, 곽튜브가 요즘 더 떴다"며 천 후보를 정치적으로 후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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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비유 맞나" 비판받지만…"정치 커뮤니케이션 스킬"

이 전 대표가 사용하는 비유가 과연 본질과 맞는 것인지에 대한 지적도 적지 않다. 당의 상임고문이기도 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당 대통령을 무뢰배 엄석대에 비유를 하나"며 "그럼 탄핵 때 박근혜를 팔아 먹은 사람들은 무어라고 해야 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전 대표의 '막시무스' 발언에 대해서도 "막시무스는 자신이 살려고 동료집단을 매도 하는 비열한 짓을 하지 않았다. 막시무스는 구질구질하지 않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비유는 고도의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은 듣는 사람이 가장 적절하게 상황을 이해하고 오랫동안 기억을 지속할 수 있게끔 단어라든지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화법이 대중적이고, 굳이 자기 입으로 말하지 않더라도 상징성을 원용·활용해서 대중이나 당원들에게 가장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런 스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가 영화나 대중매체를 정치인에 비유하는 것도 이런 것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옛날에는 사자성어를 즐겨 썼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사자성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사자성어보다 영화 등장인물이나 가수 등에 비유하는 것이 듣는 사람도 오래 기억하고 명확하게 그 사건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참신한 비유를 선호하는 이 전 대표는 온라인 유행어인 '밈(meme)'을 즐겨 사용하는 것과도 연관성이 크다. 밈은 온라인 상에서 유행하는 단어로 휘발성이 크지만 그만큼 자극적이어서 쉽게 사람의 눈길을 끈다. 그가 지난해 가처분 정국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나는 돈에 관심이 없어요' 등 밈을 이용한 게시물을 올려 큰 공감을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밈을 사용해 상대를 지나치게 조롱하거나 폄훼해 역효과를 내기도 하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 전 대표는 대선 단일화 직전, 안철수 후보를 향해 'ㄹㅇㅋㅋ(비웃음)만 쳐라'며 비꼬았다가 국민의당 측으로부터 "조롱의 힘으로 당명을 개정하라"는 반박을 받았다. 최근에는 인터넷 밈인 '홍찍XX'를 천 후보에게 적용한 포스터로 역풍을 맞은 일도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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