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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요일日문화] '韓日 맛 소송' 벌인 아지노모토의 M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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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마에서 '감칠맛' 추출해 개발
한국 기업과 특허 소송 벌이기도

편집자주몸도 마음도 나른한 일요일. 국제부 기자가 일본 문화와 관련한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전해드립니다
아지노모토의 MSG 제품.(사진출처=아지노모토 홈페이지)

아지노모토의 MSG 제품.(사진출처=아지노모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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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음식을 하다가 뭔가 맛이 아쉽다 싶으면 꼭 이것 한 숟갈을 넣게 됩니다. 바로 MSG인데요.


일본 기업 아지노모토는 바로 공장제 조미료 MSG를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곳입니다. 이번주 일본 언론에서는 아지노모토와 한국 기업과의 소송이 마무리됐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는데요. 오늘은 MSG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한일 기업이 이것으로 소송을 벌이다 결국 합의에 이르렀는지 그 역사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다시마의 감칠맛으로 탄생한 MSG

MSG의 역사는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가야 합니다. 1899년 독일에서 유학하던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는 체격과 영양상태가 좋은 독일인들을 보고 일본에도 이를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귀국 후에 이케다 박사는 아미노산을 추출하는 연구를 계속하는데, 어느 날 다시마 국물을 맛보면서 단맛, 짠맛, 신맛, 쓴맛과는 다른 맛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로 우리가 아는 '감칠맛'입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08년 그는 감칠맛의 성분이 글루탐산이라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이 맛을 '우마미'라고 부르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조미료로 만들게 되고, 제조 방법을 특허출원합니다. MSG의 시작인 것이죠.


화학자였던 이케다 박사는 우마미의 제조와 시판을 담당할 곳을 찾게 되고, 스즈키 제약소라는 제약업체에 이를 맡기게 됩니다. 스즈키 제약소는 스즈키 나카씨가 생계를 위해 다시마에서 요오드를 추출해 팔던 가내수공업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의약품이나 살균제로 요오드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요오드 추출은 어촌에서 부업으로 성행했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들들이 규모를 키워 제약회사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케다 박사와 스즈키 제약소가 손을 잡고 연구한 끝에 1909년 5월 '아지노모토'라는 조미료가 시중에 등장하게 됩니다.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와 그가 추출한 글루탐산.(사진출처=우마미 정보센터)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와 그가 추출한 글루탐산.(사진출처=우마미 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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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MSG로 해외 진출…지진·루머 등으로 부침 겪어

물론 처음부터 성과가 났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판매 실적이 부진했는데, 수차례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서 슬슬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제강점기였기 때문에 한국에도 들어와 비싼 값에 팔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당시 일본 공장에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노역을 시키기도 하고,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홍보하며 제국 선전에 나선 기록이 있습니다. 현재 아지노모토가 전범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던 중 아지노모토는 1920년 대공황,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본사가 소실되면서 위기가 닥칩니다. 여기서 아지노모토가 뱀으로 만들어진다는 루머가 퍼져 위기를 겪기도 했는데요. 이후에는 글루탐산 제조 기술에 집중해 발효법을 연구, 발효에 의한 제조방법을 개발해 동남아시아로까지 진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MSG가 몸에 안 좋다는 이야기는 다들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요. 1969년 미국에서 글루탐산나트륨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제기가 되면서 또 부침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 MSG 건강 논쟁은 1980년 미국 FDA 승인이 나면서 어느 정도 종료됩니다.


이후에도 아지노모토는 혼다시, 냉동식품 등을 출시하며 사업을 키워 나가고, 발효기술 덕분에 바이오 사업에도 진출하게 됩니다.

기술 견제인가…韓과 소송 벌이기도

해방 후 아지노모토가 조선에서 철수하게 된 뒤, 한국에서도 MSG 개발이 시작됩니다. 임대홍 대상그룹 전 회장은 아지노모토가 한국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제조 기술을 일본에서 가져와 '미원'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제조하게 됩니다. 여기에 CJ 제일제당의 전신인 제일제당공업도 아지노모토를 벤치마킹한 '미풍'을 내놓으면서 경쟁을 펼치기도 하죠.


시간이 흘러 2016년, 아지노모토는 CJ제일제당 등을 상대로 MSG 제조기술과 관련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일본, 미국, 독일 법원에서 제기한 소송으로, 사료용 아미노산 ‘트립토판’과 요리용 MSG 글루탐산나트륨 제조법에 대한 소송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발효법 때문이었는데요. CJ제일제당은 발효기술을 개발해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 능력을 향상시켰고, 아지노모토가 독점하고 있는 트립토판 시장에 진출합니다.


때문에 소송 당시 한국에서는 아지노모토가 신흥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아지노모토 측은 CJ제일제당이 발효를 위해 사용하는 미생물의 DNA가 아지노모토의 것과 같다며 소를 제기했습니다. 니케이에 따르면 합의금은 40억엔(39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감칠맛으로 시작해 국제 소송까지 벌어지게 되다니, MSG 하나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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