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65분 후 사태 파악한 이상민…지휘·보고체계 난맥상
재난 총괄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보다 19분 늦게 보고 받아
이상민 "사고수습 전념이 급선무"라며 즉답 피해
대통령에 사퇴 의사 밝혔냐는 질문에 답변 안해
행안부 긴급문자 전달 대상에서도 이 장관 빠져있어
경찰청장은 행안부장관보다 1시간 13분 늦게 보고받아
재난 발생 때 행안부-경찰 지휘 체계 난맥상 드러나
재난 컨트롤 타워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이태원 참사 인지 시점은 최초 신고가 있었던 시각으로부터 65분이 흐른 시점이었고, 대통령이 알게된 때로부터도 19분 늦었다. 시민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촌각을 다투던 긴박한 시각에 정부의 재난 시스템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3일 행안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20분에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긴급문자(크로샷)를 비서실 직원에게 전달받아 사고 사실을 최초로 인지했다. 경찰을 통한 보고는 없었다. 소방 당국에 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된 오후 10시 15분, 재난안전 상황보고체계에 의해 소방청 상황실이 행안부 상황실에 소방대응 1단계를 보고한 오후 10시 48분, 행안부 상황실이 내부 공무원들에게 1단계 긴급문자를 발송한 10시 57분에도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지 못했다. 이 장관은 소방대응 2단계가 발령된 11시 20분에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윤 대통령이 사건을 인지한 시간인 오후 11시 1분보다도 19분이나 늦다. 이 장관이 사건을 인지한 시간은 네덜란드에 있던 오세훈 시장이 보고받은 시각과 동일했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보다 보고를 늦게 받은 이유에 대해 묻자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이 장관은 "지금은 그런 것보다 이제 사고 수습에 전념하면서 고인을 추도하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병상에 계신 분들이 빨리 쾌유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이어 "사고를 수습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부터 하고 사고 원인이나 미흡했던 부분도 차례로 다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늑장 대처로 인명피해가 커졌다는 점에서 이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 장관은 대통령에 사퇴 의사를 밝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이번 참사가 재난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실 긴급문자 시스템을 전달하는 대상에서도 이 장관은 한동안 빠져있었다. 행안부는 이 장관이 오후 11시 19분에 긴급문자를 받았다고 밝혔다가 "이 장관은 11시 19분 발송된 긴급문자를 장관비서실 직원을 통해 11시 20분에 처음 받아 사고 발생을 인지했다"고 정정했다. 이 장관은 이후 11시 31분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으로부터 이태원 사고 관련 상황보고를 받았다.
경찰을 통할하는 행안부가 경찰로부터 사고 발생과 관련한 보고를 받지 못했고 경찰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체계도 없었다. 사상자가 늘어나는 와중에도 1시간 가량 재난과 안전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 지휘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셈이다. 심지어 윤희근 경찰청장은 참사 발생 2시간 만인 30일 12시14분에야 보고를 받았다. 행안부 장관보다 1시간 13분이나 늦었다.
이 장관은 참사 상황을 처음으로 인지한 이후 약 1시간 25분만에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45분 동안 현장에 머문 이 장관은 30일 오전 1시 50분에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덕수 총리 주재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했고 오전 2시 30분 대통령 주재 긴급대책회의로 자리를 옮겼다. 오전 10시에는 대통령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 회의에 참석했다.
소방 신고 직후 행안부 상황실로 접수되기까지도 33분이 걸렸다. 중대본 브리핑에서 박종현 행안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상황실 접수 전까지 조치에 대해 "답변 드릴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을 통해 6시34분부터 접수된 신고역시 행안부로 곧바로 전달되지 않았다. 박 정책관은 "최초로 경찰이 이태원에 있던 시민 전화를 받았는데 그게 행안부로 바로 상황 접수가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은 "행사 기간이라 112 (신고)가 늘어나는 건 사실이었다"면서도 행안부로 즉각 보고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해명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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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에 참사 발생 이전에 접수된 신고 내역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일 소방청 대응국장은 "10시 15분 이전에 이태원쪽에서 7건의 신고가 들어왔지만 행사장 주변의 주취자 등에 대한 일반 구급상황"이었다"면서 "여기에 대해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119신고 녹취록 공개 계획에 대해서는 "요구한다고 바로 나가는 것은 아니고 절차에 따라 공유된다"고 덧붙였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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